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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의 작동
입력 : 2026-01-23 오후 4:07:14
2007년 여름, 모 증권회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던 시절 코스피가 처음으로 2000선을 넘었습니다. 사무실에서는 축포가 터졌고, 펀드 투자 열풍이 시장을 휩쓸었습니다. 그 분위기 속에서 인턴을 했던 해당 회사에 그대로 입사했습니다.
 
그러나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습니다. 입사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코스피는 800 후반까지 추락했습니다. 이후 지수는 곧 1000선을 회복했지만, 그 뒤로 약 15년 동안 코스피는 2000선 부근에서 사실상 횡보했습니다. 한국 경제가 성장하는 동안에도 주식시장은 좀처럼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이직 후 기업지배구조 문제를 제기하는 시민단체에 몸담고 나서야 그 이유를 조금씩 이해하게 됐습니다. 한국 증시의 저평가 원인은 실적보다는 그 구조였습니다.
 
재벌 오너와 지배주주 중심의 의사결정, 형식적으로만 존재하는 거수기 이사회, 주주환원보다 경영권 안정이 우선되는 관행이 누적되며 한국 시장에는 상시적인 할인 요인이 붙어왔습니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실체입니다.
 
지난해 6월 출범한 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했습니다. 반년 남짓한 기간 동안 상법 개정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며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1차 개정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까지 명확히 확장했고, 2차 개정은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통해 소수주주의 이사회 참여 통로를 넓혔습니다. 이어 준비 중인 3차 상법 개정은 자사주 의무 소각을 법제화해 회사 자금과 권한이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되는 관행을 차단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세 차례 상법 개정은 서로 다른 제도를 다루고 있지만 방향은 같습니다. 이사회가 지배주주나 경영진이 아니라 주주 전체의 가치를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하도록 구조를 바꾸는 것입니다. 이사의 책임을 실질화하고, 이사회가 견제와 감시 기능을 수행하도록 제도적 틀을 재정비하려는 시도입니다.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서 가장 크게 문제 삼아온 부분 역시 지배구조의 불투명성과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신뢰 부족입니다. 상법 개정을 통해 의사결정 책임과 구조가 함께 손질되면, 한국 기업의 고질적인 구조적 할인 요인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코스피5000특위가 출범하던 당시 코스피는 3000선 언저리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이후 약 7개월 만에 지수는 1.7배 가까이 상승했고, 장중 5000선을 넘어섰습니다. '5000'이라는 이름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그만큼 시장의 반응은 빠르고 직접적이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할 무렵부터 조금씩 불입해온 연금의 수익률이 100%를 훌쩍 넘었다는 사실을 최근 확인했습니다. 투자 금액 자체는 많지 않지만 기분이 아주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다만 한편으로는 허무함이 남습니다. 이렇게 오를 수 있었던 시장이었다면, 왜 그동안은 오르지 못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남습니다.
 
결국 답은 단순합니다. 기본이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기업을 옥죄기 위한 조치가 아닙니다. 투명한 구조를 통해 장기적으로 더 안정적인 경영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그리고 시장은 이미 그 변화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4952.53)보다31.55포인트(0.64%) 상승한 4984.08에 개장한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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