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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자에게 야박한 세상
입력 : 2026-01-23 오후 4:32:17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흠집이 난 과거는 사람을 힘들게 합니다. 타인에게 상처를 입었든 타인을 괴롭혔든 마찬가지입니다. 특정 범죄의 경우 피해자의 잊힐 권리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건 자의로 생긴 기억이 아니더라도 당사자의 피로감, 울분, 억울함을 덮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의지가 개입해 불특정 다수 또는 사회에 해악을 끼친 과거 공개 명분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집니다. 유권자의 투표로 선출되지 않은 고위공직자가 청문회에서 과거 범죄 이력부터 재산 형성 과정 등 세세한 검증을 거치는 예가 대표적입니다. 학자 출신이라면 논문 작성 과정에서 표절은 없었는지도 검증 과정에서 필수적입니다. 음주운전 이력은 청문회에서 단골손님처럼 여겨집니다.
 
국가의 녹을 받아 공동체의 번영과 안정을 위해 일하는 공직자가 스스로 걸어온 길을 대중에 알리는 건 당연합니다. 자연인으로서가 아니라 공동체가 제대로 굴러가기 위한 공직자로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니까요.
 
공인이 아닌데도 어찌 보면 공인보다 더 엄정한 잣대를 통과해야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연예인 혹은 온라인 세상에서 유명한 인플루언서들입니다.
 
이들은 엄밀히 말하면 공인은 아닙니다. 사적 영달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대중의 관심을 먹고 자라며 영향력을 키웠을 뿐이지, 그들이 하는 일이 공동체를 위한 건 아닙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연예인을 공인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합니다.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어떤 논란이 생겼다고 하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뻔뻔하다' 따위의 날선 비판을 아끼지 않습니다. 소년범으로 재판까지 받았던 이력이 드러난 배우 조진웅씨, OTT 프로그램에서 매력을 선보이며 여러 매체에서 활약을 시작하려던 조리기능장 임성근씨가 떠오릅니다.
 
물론 이들의 과거는 떳떳하지 않습니다. 저질러선 안 되는 폭력을 일삼았고 수차례 음주 상태에서 핸들을 잡았습니다. 지탄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달리 보면 지은 죄에 걸맞는 처벌을 받았다는 의미가 됩니다. 특히나 조씨의 경우 어떤 경우라도 드러나선 안 되는 소년범이라는 주홍글씨를 어쩌면 평생 떠안고 살게 됐습니다.
 
연예인이 비교적 쉽게 많은 부를 일궈내니 그들의 인성까지 촘촘하게 따지려는 대중 눈높이를 견뎌야 한다는 주장도 일견 이해는 됩니다. 유명세도 일종의 세금으로 볼 수 있다면요. 이 주장의 수용 여부와 관계없이 연예인 또는 인플루언서들은 과거 저지른 일들로 활동을 멈추더라도 그간 쌓은 재산이 있으니 당분간은 경제적으로 궁핍하진 않을 겁니다.
 
마약중독자의 경우는 다릅니다. 일단 마약에 손을 덴 사범은 더 큰 쾌락을 맛보기 위해 이전보다 많은 양을 몸에 집어넣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더 많은 돈이 필요하죠. 잠깐의 환락을 위해 큰돈을 서슴지 않고 쓴 마약사범의 중간 종착지는 감옥입니다.
 
형을 마치고 출소한 마약사범은 곧바로 현실과 마주해야 합니다. 대개는 텅 빈 주머니로 의식주를 해결해야 합니다. 안정적인 직장 선택이 필수적입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마약 전과가 있는 구직자를 받아줄 직장은 많지 않으니까요. 노동하는 인간으로서 가치를 입증하지 못한 단약자가 다시 중독에 빠지는 건 너무나도 쉬운 일입니다. 완전한 단약을 위해 정서적 안정과 경제적 독립이 필요하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한국이 마약 청정국이라는 타이틀에서 멀어지면서 중독자 재활을 위한 시설과 지원은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그에 비해 단약자에게 노동 의지를 심어주고, 이를 통해 공동체 구성원으로 함께 지내도록 하는 지원책은 아직도 너무나 부족합니다.
 
고위공직자보다 아는 것도 많지 않고 유명인들에 비해 턱없이 얇은 통장을 쥔 단약자들의 직업 선택 폭이 넓어질 때가 왔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동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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