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MBK파트너스가 대주주로 있는 홈플러스를 둘러싼 풍경이 참으로 묘합니다. 한때 국내 대형마트 ‘양강’으로 불리던 유통 공룡은 시장 경쟁력을 상실한 지 오래고, 이제는 긴급운영자대출(DIP) 절실하다는 읍소가 들려옵니다.
홈플러스를 망가뜨린 MBK는 자신들이 1000억원을 부담할 테니, 산업은행이 1000억원 그리고 메리츠금융그룹에 1000억원을 좀 빌려달라고 하고 있습니다. 메리츠와 산업은행은 사실 당황스럽다는 표정인데요. 인수한 사모펀드가 기업 체력을 고갈시켜 놓고도 공적 자금을 또 빌려달라고 하고 있어섭니다.
황당한 건 MBK가 돈이 없어서도 아닙니다.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대규모 점포 매각과 자산 유동화를 통해 현금을 회수하는 데 집중해왔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유통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근본적인 투자에는 소극적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온라인 전환, 신선식품 경쟁력, 차별화된 고객경험도 높아진 게 없습니다. 그 결과 홈플러스는 구조적으로 돈을 벌기 어렵게 됐는데, 단물 다 빼먹은 MBK는 '홈플러스가 무너지면 협력업체와 고용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며 공적 자금 투입을 요구합니다.
이미 '왜' 사모펀드의 투자 판단 실패를 산업은행이 대신 책임져야 하느냐는 비판의 목소리는 이미 시장에서 지배적인 목소리가 됐습니다. 산업은행은 정책금융기관입니다.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지, 사모펀드의 오판까지 뒷감당하는 곳은 아닙니다.
홈플러스 사태는 ‘산업 보호’와 ‘투자 실패 구제’의 경계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다시 보여주고 있는데요. 우린 과거에도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이 경쟁력을 잃고 흔들릴 때마다 ‘고용’과 ‘산업’을 명분으로 공공의 개입이 정당화되곤 했습니다. 수익이 날 때는 투자자의 몫이었지만, 손실이 현실화되면 사회의 부담이 되었습니다. 이쯤 되면 시장 논리라기보다 ‘책임의 외주화’에 가깝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홈플러스가 정말 살려야 할 기업이라면, 그 책임의 출발점은 대주주여야 합니다. 공적 자금 투입을 논의하기 전에, 누가 이 회사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지부터 분명히 짚는 것이 순서입니다. 10만 노동자들의 생계를 정말 걱정한다면 MBK의 사재를 여십시오.
이번에도 공적 자금이 투입되면 사모펀드는 실패해도 탈출구가 있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반복적으로 시장에 주는 꼴입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