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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 잠김, 호가 상승
입력 : 2026-01-21 오후 5: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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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부동산에 게시된 대형 평수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 (사진=뉴시스)
 
부동산 시장에서 ‘집이 없다’는 말은 공급 자체가 사라졌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사고팔 수 있는 매물이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는 뜻에 가깝죠.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이 각종 규제와 세제 변화 가능성이 겹치면서 매도자들은 관망으로 돌아섰고, 남은 매물의 가격은 오히려 높아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1년 새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대출 규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해제의 반복, 공급 일정 지연 등이 누적되며 매물은 조금씩 잠겼습니다. 여기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지금 팔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세금 부담이 커질수록 매도 결정보다는 보유 또는 증여 쪽으로 기울기 때문입니다.
 
특히 서울 핵심 주거지의 변화가 두드러집니다. 이른바 한강 벨트로 불리는 지역에서는 매물 감소 폭이 더 가파릅니다. 실거주 선호가 뚜렷한 데다 입지 희소성이 크다 보니, 매도자들은 가격 조정보다는 버티기를 택합니다. 그 결과 거래는 뜸해지는데, 간혹 나오는 매물은 이전보다 높은 호가를 달고 시장에 등장합니다. ‘거래 절벽 속 가격 상승’이라는 모순된 흐름이 만들어지는 배경입니다.
 
정책 당국은 세제를 통해 시장을 조정하려는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과거 경험은 다른 결론을 말해줍니다. 보유세나 양도세를 강화한다고 해서 매물이 쏟아지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매도 타이밍을 늦추는 쪽으로 행동이 바뀌었고, 그 사이 가격은 더 올라갔습니다. 세금이 매물을 끌어내리기보다 공급을 묶어두는 장치로 작동한 셈입니다.
 
문제는 여파가 매매 시장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매물이 줄면 전·월세 시장으로 압력이 전이됩니다. 전세는 귀해지고, 월세 비중은 높아집니다.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집을 사지 못한 데 따른 ‘기다림의 비용’ 이르바 지각비가 계속 불어나는 구조입니다. 결국 정책 불확실성이 길어질수록 시장의 부담은 수요자에게 전가됩니다.
 
지금 시장에 필요한 것은 자극적인 규제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환경입니다. 매도와 매수가 모두 합리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야 거래가 살아납니다. 매물이 돌아야 가격도 안정됩니다. 정책이 의도와 달리 매물 잠김과 호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점검할 시점입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홍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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