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중의원연맹 주관으로 열린 대중 대응 전략 세미나의 내용들을 곱씹어 본다. 양걸 중국삼성 사장은 중국의 과학기술·산업 굴기에 대해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는 ‘지중’의 자세가 필하다고 제언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소장도 중국이 독자적인 반도체 생태계를 이뤄 5년 뒤 중국 반도체 국산화율이 70%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메모리 초호황기(슈퍼사이클)를 맞아 생태계 자립에 속도를 높이는 중국처럼, 한국도 메모리 초호황기의 다음을 준비해야만 한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해 10월 경북 경주엑스포공원에 마련된 APEC 경제전시장 ‘K-비즈니스 스퀘어’에서 리벨리온의 신경망처리장치(NPU) 서버가 탑재된 랙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국이 빠른 시간에 기술을 급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의 장기적인 정책 추진과 대학의 인재 양성, 대형 빅테크 회사의 투자라는 삼각편대가 있다. 부지, 용수, 전기, 연구개발(R&D)까지 아낌없이 지원하는 정부 정책 아래 소수 정예 전문 과정으로 육성한 전문 인력들이 자국 기업에 입사해 기술 발전을 이룬다는 것이다.
반도체 지원 자금을 ‘국방비’에 비유하기도 했다. 전 소장은 “중국은 정부가 기업에 설비 투자를 지원하고, 미국도 인텔에 자금을 지원했다”며 “반도체 지원 자금은 정부 재정보다 국방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반도체 산업이 국가 경쟁력에 직결되는 ‘전략 자산’의 성격을 갖는다는 의미다.
메모리 초호황기가 찾아온 지금, 한국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지원해야 할 분야는 어디일까. 한국 정부도 관심을 보이며 지원하고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시스템 반도체다. 정부는 국내 팹리스 산업 규모를 10배 키우는 ‘K반도체 육성전략’을 발표하는 등 지원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번 초호황기가 수요자 중심이 아닌 공급자 중심의 호황기라는 점에서, 메모리에 강점을 지닌 한국이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지만, 비메모리 영역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메모리의 경우 수요의 변화로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지만, 시스템 반도체의 경우 온디바이스 AI 등 발전 가능성이 높고, 안정적인 수요가 예상된다. 업계는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을 키워 메모리 초호황기의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리벨리온, 딥엑스, 퓨리오사AI 등 국내 AI 반도체 기업들의 기술력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관건은 ‘실증’이다. 국내 업체들은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납품 이력 등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실증 작업과 초기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시장에서 신뢰도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반도체 설계(팹리스)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등 반도체 생태계의 유기적인 협력이 절실하다. 팹리스와 파운드리가 연계된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면 선순환 구조의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정부의 지원에 발맞춰 2026년이 비메모리 업계가 성장하는 원년이 되길 기대한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