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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독식 세상
입력 : 2026-01-20 오전 9:52:43
국내 1세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꼽히는 왓챠가 폐업 위기를 맞았습니다. 2012년 콘텐츠 추천 및 평가 서비스로 시작한 왓챠는 2016년 1월 왓챠플레이라는 이름으로 OTT 서비스에 도전했지만 10년여 만에 서비스 몰락 위기에 놓였습니다. 
 
왓챠의 위기는 낯설지 않습니다. 한국 디지털 서비스 역사에서 이 장면은 반복돼왔기 때문이죠. 싸이월드, 다음TV팟, 곰TV, 판도라TV처럼 한때 주목받던 서비스들은 시장이 커질수록 오히려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왓챠 역시 같은 궤적 위에 있습니다.
 
 
왓챠의 출발은 분명 앞서 있었습니다. 이용자 평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추천 서비스는 OTT 초창기엔 분명한 차별화 요소였습니다. 하지만 기술은 빠르게 평준화됐습니다. 추천 알고리즘은 더 이상 경쟁력이 아니라 기본기가 됐고, 시장의 무게중심은 콘텐츠 확보와 투자 여력, 즉 규모의 경제로 이동했습니다. 글로벌 자본을 앞세운 넷플릭스가 압도적 콘텐츠 투자를 이어가는 구조에서, 중소 OTT가 같은 무대에서 경쟁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리한 싸움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지점에서 한국 시장이 보여주는 잔인한 특성입니다.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지 못한 서비스는 아무리 혁신적이었더라도 결국 주변부로 밀려납니다. 시장은 다양성을 유지하기보다, 승자에게 더 많은 이용자와 자본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작동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잘 만들었지만 작았던 서비스들은 하나둘 사라졌습니다. 
 
왓챠의 몰락은 그래서 더 안타깝습니다. 실패라기보다 구조의 패배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규모를 키우기엔 자본이 부족했고, 방향을 틀기엔 시간이 늦었습니다. 결국 남는 교훈은 하나입니다. 한국 플랫폼 시장에서 혁신은 출발선일 뿐, 생존 조건은 아니라는 거죠. 규모의 경제를 만들지 못한 서비스가 사라지는 현실은 냉혹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라지는 선택지와 다양성은 분명 시장의 손실일 수 있습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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