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이자 사상 최악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낸 쿠팡 경영진의 무책임 행보가 막장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번 고객 정보 유출 사고뿐만 아니라 쿠팡은 그동안 노동자 사망사고와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정황, 일용직 노동자에 대한 퇴직금 미지급 논란 등 각종 문제를 반복해 왔습니다. 이 같은 사례들을 종합하면 쿠팡이 이른바 ‘블랙 기업’의 요건을 차고 넘치게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쿠팡이 주장하듯 모회사가 미국 기업임에도 국내에서 90% 이상의 매출과 수익을 거두고 있지만 끊임없이 반복되는 사건 사고에 대한 사후 대응에서 알 수 있듯 쿠팡 경영진들은 국내 리스크 관리나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가 전무하죠.
이번 사태 수습이랍시고 쿠팡이 내놓은 대책이나 경영진들의 행태는 차라리 안 하니만 못한 일 투성이었습니다. 대표적으로 피해 보상안으로 제시한 ‘5만원 쪼개기 쿠폰’은 말이 보상이지 실상은 고객 유인을 위한 마케팅 행위에 불과했습니다. 또 ‘셀프 조사’ 결과 역시 정부 기관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진위가 의심스러운 방식과 내용으로 일방 발표되며 전 국민적 공분을 키웠습니다.
쿠팡을 수사 중인 경찰은 오늘 해롤드 로저스 한국 쿠팡 임시 대표에게 3차 출석을 요구했지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로저스 대표는 지난해 12월29일 국회 청문회 참석을 위해 입국했다가 지난 1일 출국했으며, 이후 계속 경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죠. 로저스 대표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 회사 차원의 자체 조사와 발표 과정이 공무집행방해와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고발된 상태입니다. 경찰은 로저스 대표에 대해 입국 시 통보 요청 등 출입국 관리 조치를 취한 상태며 향후 입국할 경우 출국정지 조치도 검토 중이죠.
쿠팡의 이해되지 않는 이 같은 행보는 오직 한 가지 이유에서만 가능한 일이었죠. 바로 미국 투자자를 의식해 자사에게 유리한 언론 플레이를 하기 위한 목적이죠. 국회와 정부는 막무가내로 무책임 경영과 책임 회피로 일관하고 있는 쿠팡을 압박하기 위해 국정조사와 영업정지, 공정거래법상 대기업 총수 지정 등 초강수 압박 수단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의식한 듯 쿠팡 모기업이 지난 5년간 미국 의회에 로비로 쓴 158억원이 쿠팡의 비호 세력이 돼 내정간섭까지 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부 미국 정치권 인사들은 쿠팡 사태를 정치적 탄압으로 규정하며 한국 규제 당국을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있죠.
에이드리언 스미스 미국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원장은 한국 규제 당국이 미국의 주요 기술 기업들과 특히 쿠팡을 공격적으로 겨냥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캐럴 밀러 미국 공화당 하원 의원은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와 브랫 매티스 쿠팡 최고 정보보호 보안책임자(CISO)가 국회 청문회에 출석한 것을 두고 “한국이 최근 미국인 임원 두 명을 대상으로 한 정치적 마녀사냥까지 벌이고 있다”고 발언했죠. 최근 미 의회 인사들을 만나고 온 통상교섭본부장도 쿠팡과 관련해 항의를 받은 걸로 전해집니다.
쿠팡의 대주주와 경영진들은 로비에 진심을 다한 결과에 흡족해할지 모르나 그들이 간과한 사실이 있습니다. 쿠팡의 실체가 미국 기업일지는 모르나 기업에 가장 중요한 수익의 원천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점이죠. 시간이 흐르면 국내 소비자들에게 쿠팡 관련 사건 사고와 논란이 희미해지고 전처럼 문제 없이 국내에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오산입니다.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이용자 수가 감소하고, 최근 쿠팡 물류센터 근무자가 6000명 줄어든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직시해야 합니다. 국내 소비자를 기만하는 어리석은 행위를 이쯤에서 멈추는 것이,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한 상식적인 판단임을 충고합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