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함께 13일(현지시간) 일본 나라현 회담장에서 일본 측이 마련한 푸른색 유니폼을 입고 일본의 대표적인 악기 브랜드인 '펄' 드럼 앞에 나란히 앉아 즉석 드럼 합주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2024년 기준 한국과 일본 간 여행객 수는 1200만명에 달합니다. 이 중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880만명인데, 한국을 찾는 일본인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 거리만큼이나, 심리적 거리도 가깝습니다. 가볍게 여행을 떠날 때 해외 여행지를 살펴보면, 가장 손쉽게 갈 수 있는 나라가 일본이기도 하죠. 해외여행의 첫발이 일본인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끈질긴 독도 영유권 주장과 잊을 수 없는 과거사 문제는 서로를 먼 곳으로 이끕니다. 여기에 지난 2019년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 규제에 나섰던 일은 '노재팬' 운동을 일으켰습니다. 수십 년간 이어지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악연이죠.
그럼에도 양국이 협력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게 윤석열정부든, 이재명정부든 다르지 않습니다.
오모테나시(일본 특유의 환대). 얼마 전 이재명 대통령의 방일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상상하기 힘든 수준의 극진한 대접을 제공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의 숨은 뜻이야 어떠하든 현재의 한·일 관계를 상징한 장면입니다.
그리고 한·일 정상회담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먼저 조세이 탄광이라는 과거사를 먼저 언급까지 했습니다. '극우'라는 이미지로 인해 험로가 예상되던 취임 전 '예측'에서 한참 벗어난 행동입니다.
이번 방일의 성과를 보다 보니, 윤석열정부의 한·일 관계가 떠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윤석열씨는 길지 않았던 임기 중 한·일 정상회담만 총 14차례에 열었습니다. 그리고 임기 초부터 이른바 '물컵론'을 내세워 과거사 문제에 대해 '제3자 변제안'이라는 방법론을 발표했습니다. 우리가 먼저 물컵에 반 잔을 채울 테니 나머지 반 잔은 일본이 채우면 된다는 겁니다. 여기에 더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있어서도 용인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외교는 '51대49'의 미학이라고 하는데, 내주기만 했을 뿐 받은 게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조세이 탄광에 대한 한·일 간 인도적 협력은 의미가 있습니다.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가 드럼 합주를 했던 장면처럼요. 과거사 문제는 반드시 풀어 나갈 과제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압박한다고 해서 일본이 우리의 요구대로 움직일 리는 없습니다. 지난 수십 년의 역사가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풀기 쉬운 실타래부터 차근차근 풀어가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꽉 맨 매듭도 차근차근 풀어가다 보면, 완전히 풀리는 순간이 어느덧 다가올 테니까요.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