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새해 첫 동북아 순방을 마쳤습니다. 이 대통령은 중국과 일본을 잇따라 방문하며 양국으로부터 극진한 대우를 받았습니다. 중국 방문 당시에는 최고 수준의 의전이 제공됐습니다. 공항에서는 인허쥔 국무원 과학기술부 부장이 직접 이 대통령 내외를 영접했고, 시진핑 국가주석 내외는 인민대회당에서 이 대통령을 맞이했습니다. 대규모 의장대가 일사불란하게 도열하는 모습은 국빈 방문에 걸맞은 예우였습니다. 중국이 한·중 관계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Xinhua. 연합뉴스)
일본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이 대통령이 머무는 숙소를 직접 찾아 깜짝 의전을 했고, 일본 특유의 '오모테나시(일본식 환대)'를 앞세워 각별한 공을 들였습니다.
중·일 양국 정상이 이처럼 이 대통령에게 특급 예우를 쏟아낸 이유는 분명합니다. 한국을 자국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입니다. 한국 정부가 스스로를 중재자로 자임하고 있지는 않지만, 중국 방문에서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했고, 일본 방문에서는 한·중·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국과 일본은 각각 한국을 우군으로 확보하거나, 최소한 중립을 유지하도록 유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이재명 대통령을 맞이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한·중·일은 정치적 갈등과 별개로 경제적 상호 의존도가 매우 높습니다. 특히 중국의 대일 희토류 수출 통제처럼 공급망이 흔들리는 국면에서는 한국과 일본 모두 협력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중·일 갈등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이 대통령은 중·일 갈등에 대해 "지금은 한국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다만 중국과 일본이 동시에 한국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은,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양국 모두 한국이 어느 한쪽 편에 서는 것이 가져올 파급력과 리스크를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시 주석이나 다카이치 총리가 공개적으로 한국의 역할을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한쪽에서 '한국 역할론'이 부상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