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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된 이유
입력 : 2026-01-14 오후 9:09:13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썩은 고기를 먹었습니다. 모처럼 집밥 먹겠다고 결심했는데 냉장고에는 냄새 나고 뭉개진 돼지고기뿐이었거든요. '사다 둔 지 얼마나 됐다고….'
 
쓸데없는 오기가 생겼습니다. 탈이 날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먹었습니다.
 
델타허브의 카르피오 G2.0. (사진=뉴스토마토)
 
결국 썩은 고기를 먹으면 배가 아프다는 명제를 직접 확인했습니다. 
 
퇴근 후 축 늘어진 몸을 끌고 돌아와 흘러 들어오는 것들에 시간을 맡깁니다. 감흥 없는 영상을 보고,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 포장 용기는 또 싱크대 위에 쌓여갑니다.
 
손가락은 늘 시큰, 저릿합니다. 그 희한하고도 불쾌한 감각에 손목 정중신경(손가락·손바닥 감각을 맡는 신경)을 시원하게 끊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올라옵니다.
 
프로게이머가 겪는다는 '손목 터널증후군'은 그들만의 일인 줄 알았습니다. 48시간 연속으로 수천, 수만, 아니 수십만 번의 클릭 질을 하며 게임을 했을 때도 멀쩡했던 손목이, 고작 국회의원 말을 받아 적는 데서 망가질 줄은 몰랐습니다.
 
늙었다고 받아들이기엔 이른데, 손은 이미 다른 말을 합니다. 언제인가부터 나이 대신 몇 년생인지, 몇 학번인지를 묻습니다. 제 나이도 세기 어려워서요. 
 
어느덧 '형'의 나이가 마흔이 됐습니다. 처음 보는 기자에게 선배라고 불렀다가, 후배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그런데 진로는 여전히 고민입니다. 시간은 쌓였지만, 확신은 없습니다.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나는 왜 기자가 됐는가.' 
 
답은 한 번도 바뀐 적 없습니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어서.
 
그 방법이 꼭 기자일 필요는 없겠지요. 
 
손바닥 받침대를 샀습니다. 손목 대신 손바닥이 책상 위에 닿게 해서, 마우스로 작업할 때 정중신경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여줍니다. 무려 슬로베니아에 본사를 둔 인체공학 브랜드의 제품입니다.
 
가로 8cm, 세로 4cm 플라스틱 제품이 6만2000원입니다. 돈이 많이 드는 직업입니다. 벌어도 벌어도 부족합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유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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