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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까지 흔드는 방사청
입력 : 2026-01-14 오후 12:05:22
1년 넘게 끌어온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방식이 결국 경쟁 입찰로 정리됐다. KDDX 사업이 이토록 지리하게 시간을 끌어진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만큼 이 사업이 갖는 무게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방산업체에게 KDDX는 단순한 함정 하나가 아니라, 향후 수상함·잠수함 포트폴리오 전체를 좌우할 메가 프로젝트다.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조감도. (사진=HD현대중공업)
 
최근 전 세계적으로 군비 경쟁이 격화되고 해양 패권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잠수함 시장 규모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실제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인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Allied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잠수함 시장 규모는 2021년 약 233억달러에서 2031년 약 339억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연평균 약 4.0%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된다. 국적 잠수함을 누가 수주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중장기 포트폴리오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HD현대와 한화가 끝까지 경쟁을 벌인 이유다. 그 과정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도 사실이다. HD현대와 한화가 소송전에서 시작해 여론전까지 적극적으로 벌이는 와중에 원래도 경쟁사였던 양사의 사이는 더 멀어진 듯하다.
 
캐나다는 현재 노후화된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해 차기 잠수함 12척 도입 사업을 추진 중이며, 사업 규모만 약 60조원에 달한다. 한국은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원팀으로, 독일 티센크루프(TKMS)와 함께 최종 숏리스트에 올라 있는 상태다. 이 사업을 따내면 최소 10년 이상 먹거리 걱정은 사라진다는 전망이 나온다. 잠수함은 유지·보수(MRO), 성능 개량까지 포함하면 수십 년간 매출이 이어지는 무기 체계다.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도 더할 나위 없다. 
 
경쟁 구도를 보면 독일도 만만치 않다. 독일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핵심 국가로 캐나다와 오랜 기간 안보 협력을 이어왔고, 잠수함 기술력과 운용 신뢰도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가격이 비싸고, 최근 유럽 내 수주 사례를 보면 납기 지연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 가격 경쟁력과 납기 준수 능력에서 강점을 갖고 있고, 기술이전과 현지생산에도 적극적이다. 다만 캐나다와의 안보 및 경제 협력에서 독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기술 수준은 최상위권이지만 종합적인 신뢰도에서는 독일보다 낮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최근 분위기가 한국에 완전히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시각도 있다. 한 군사 전문가는 “한국이 51, 독일이 49로 한국이 근소하게 앞선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캐나다 정부가 이번 사업에서 ‘납기 준수’를 최우선 원칙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KDDX 사업 입찰 방식과 관련, HD현대와 한화 사이의 갈등이 외부로 계속 노출되면서 이러한 감정의 골이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캐나다 입장에서는 두 회사가 원팀 체제로 제대로 된 협력·정보 공유가 가능하겠느냐는 의구심이 들 수 있다. 조금이라도 변수를 줄여야 하는데 보탬이 안 되는 상황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어쩌면 이토록 시간을 끌어온 방위사업청의 조정 능력 부재가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방사청이 중심을 잡고 사업을 이끌면서 그에 따른 판단 역시 보다 신속하게 내렸어야 한다. 방사청의 늦장 결정은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에서 불필요한 불안 요인을 낳았고, 더 나아가 국내 해양 안보 전력 공백까지 키웠다. “방사청의 행태가 너무 무능하고 답답하다”는 정부 관계자의 한숨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방사청은 국익이 걸린 사안만큼은 조정자 역할을 분명히 하고 보다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박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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