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서울 집값이 좀처럼 식지 않고 있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대출 규제 강화 등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수요 억제책은 이미 총동원됐지만, 가격은 여전히 우상향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건데요. 지난해 2월 이후 48주 연속 상승이라는 기록은 현 시장을 단순한 반등이나 심리적 과열로 보기 어렵게 만듭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습니다. 신축 공급 공백이 본격화하면서 새 아파트 희소성은 더 커졌고, 이는 매매시장뿐 아니라 전·월세 시장까지 동시에 자극하고 있습니다. 입주 물량 감소로 신축이 부족할수록 기존 주택의 몸값은 상대적으로 더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신규 공급만 막힌 게 아니라 기존 매물의 시장 순환까지 함께 막혀 있다는 점입니다. 토지거래허가제와 실거주 의무 강화로 갭투자가 사실상 차단되면서 매도·매수 모두 관망세에 들어갔습니다. 다주택자는 팔기 어렵고, 집을 가진 사람은 굳이 움직일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하자 거래량이 줄고, 남아 있는 매물은 가격이 버티는 구조가 고착화됐습니다.
이 여파는 임대차 시장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전세 물량이 줄어들자 전세가격이 오르고, 이를 감당하지 못한 수요는 월세로 이동합니다. 그 결과 전세와 월세가 동시에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결혼과 이혼 등으로 발생하는 주택 수요는 매년 꾸준한데, 이를 흡수할 공급과 매물 흐름이 막혀 있으니 가격이 오르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구조입니다.
정부는 이달 말 추가 공급 대책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도심 유휴부지 활용, 공공 주도 공급 확대가 핵심이지만 단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신규 공급은 발표가 아니라 실제 입주까지 이어져야 의미가 있고, 그 과정에는 최소 수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시장이 지금 요구하는 것은 장기 청사진보다 ‘흐르는 물길’을 트는 일입니다.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공급을 늘리되, 신규 공급만 바라볼 게 아니라 기존 매물이 시장에서 순환되도록 규제와 세제를 함께 손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민간 공급을 병행하지 않은 공공 단독 전략은 속도와 체감 모두에서 한계가 분명합니다. 수요 억제만으로 가격을 누르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공급 절벽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문제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해법 역시 단기 처방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는 방향이어야 합니다. 집값을 잡기 위해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규제가 아니라, 시장이 숨 쉴 수 있는 출구를 여는 일입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