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는 최근 한 팟캐스트에서 한국의 출산율을 언급하며 "한국의 대체출산율을 보면 3개 세대 후 인구가 27분의 1로 줄어든다. 현재 규모의 3%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대체출산율은 현재 인구 규모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합계출산율을 뜻하며, 일반적으로 2.1명 안팎이 안정적인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한국의 2024년 기준 합계출산율은 0.75명에 그쳤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 수준이 유지될 경우 2082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약 58%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저출산 문제는 그동안 주거비, 고용 불안, 양육 비용 같은 경제적 요인으로 설명돼왔습니다. 그러나 이 숫자들이 말해주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연애와 결혼이 과연 가능한 사회인가라는 질문입니다.
방송과 미디어에서는 연애 예능 프로그램이 끊임없이 제작되지만, 현실에서 연애와 결혼은 더 이상 자연스러운 관계 형성이 아니라 계약과 비용, 책임을 먼저 떠안아야 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습니다.
지인의 경험담은 그 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자격을 갖춘 이들의 안전한 소셜'을 표방하는 한 소개팅 사이트 사례입니다. 30대 중반의 여성인 이 지인은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만남 이전에 가입비를 지불했습니다. 처음 제시된 금액은 330만원이었으나, 가격적 부담을 호소하자 11만원으로 조정됐습니다.
이후 소개된 남성은 법률인이었지만, 만남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아이가 생겼다는 내용과 유모차 사진이 올라온 개인 블로그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결혼 여부와 가족 관계가 사전에 충분히 검증됐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계약 구조상 문제 제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계약서에 따르면 회사의 역할은 '만남을 주선하는 것'으로 한정돼 있고, 상대방 정보의 진위나 결혼 여부 등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조항이 반복됩니다. 소개가 이뤄지는 순간 계약상 의무는 이행된 것으로 간주됩니다.
만남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노쇼 방지 명목으로 20만원의 보증금도 요구됐습니다. 반환 시점과 방식은 계약서에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았습니다. 환불 역시 만남이 전혀 없을 경우에만 가능했고, 한 차례라도 소개가 이뤄지면 가입비는 정상 요금 기준으로 차감됩니다.
지인은 한국소비자원에도 문의했으나, 계약서상 약정된 횟수의 소개가 이뤄졌다면 사업자가 계약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합니다. 상대방 정보의 진위 문제는 소비자 분쟁으로 다루기 어렵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연애 중개 서비스의 특성상 문제는 계약 이행 이후에 드러날 수밖에 없는데, 제도는 이 구조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연애는 선택이 아니라 위험 부담이 되고, 중개자는 책임을 지지 않으며 제도는 계약서 뒤에 머뭅니다.
이런 사회에서 결혼은 개인의 결단 문제가 아닙니다. 신뢰가 작동하지 않는 구조에서 관계를 맺는 것 자체가 이미 높은 비용과 위험을 동반합니다. 연애 단계부터 비용을 선납하고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구조에서, 결혼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더 큰 지출과 불확실성을 감내해야 하는 선택이 됩니다.
머스크가 언급한 합계출산율 0.75명은 아이를 낳지 않는 개인의 태도 때문이 아닌, 관계를 편안하게 맺기 어려워진 사회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5년 6월19일 서울 중구 시청 브리핑실에서 공공시설을 활용한 더 아름다운 결혼식 확대 지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