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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입은 AI…옷을 벗는 사람
입력 : 2026-01-12 오후 5:21:46
최근 폐막한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의 화두는 단연 로봇이었다. 그동안 화면 속에서 글자로만 볼 수 있었던 인공지능(AI)이 물리적인 옷을 입은 것으로, 로봇이 그리는 미래산업이 단순히 구상을 넘어 현실로 다가온 모양새다.
 
CES 개막 이틀째인 7일(현지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현대자동차 부스에서 로봇 아틀라스가 이동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선보인 로봇 중 가장 돋보인 것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공개한 아틀라스. 190, 몸무게 90㎏의 아틀라스는 대부분의 관절을 자유자재로 회전할 수 있고 360도 카메라를 통해 모든 방향을 인식할 수 있다. 또한 손에는 촉각 센서를 탑재하고 최대 50㎏을 들어 올릴 수 있도록 구현됐다. 미국 IT 전문지인 <씨넷>은 아틀라스를 이번 CES 로봇 분야 최고상에 선정하면서 올해 행사에서 확인한 다수의 휴머노이드 로봇 가운데 단연 최고였다고 추켜세울 정도였다.
 
특히 아틀라스의 가장 놀라운 점은 실제 산업 현장에 투입할 로드맵까지 구체적으로 짜여졌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부터 미국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부품 분류를 위한 작업에 투입할 계획을 밝혔는데, 2030년부터 부품 조립으로 작업 범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아직 이동, 분류, 조립 등 단순작업에만 국한돼 있지만, AI 기술 발전에 따라 섬세한 기술이 요구되는 작업에도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만화영화에서나 봤던 인간을 닮은 로봇이 완제품 생산을 전담하는 온전한 산업 자동화가 머지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를 장밋빛 미래로 치부하고 마냥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다. 로봇에 의한 공장 자동화는 거꾸로 보면 블루칼라’, 즉 제조업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뜻도 되는 까닭이다. 물론 사람이 기피하는 업무 위주로 로봇이 투입될 가능성도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만 될지는 미지수다. 인건비 등 비용 절감을 통한 이윤 추구는 모든 기업의 극한 목표다.
 
특히 로봇 비용 자체가 양산이 가능할 정도로 저렴해지게 되면 이러한 인력 대체의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AI가 옷을 입는 속도가 빠를수록 노동자들이 옷을 벗는 속도도 빨라진다는 얘기다. 글로벌 컨설팅그룹 언스트앤드영(EY)은 최근 글로벌 리포트를 통해 AI와 로봇공학의 결합으로 하드웨어 가격이 급락하고 있고, 인력난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과 맞물려 향후 5년 내 운영비 역전 현상인 코스트 크로스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간 양극화 심화도 주의 깊게 볼 대목이다. 현대차그룹은 로봇·AI와 관련해 자체 계열사와 분담 영역을 나누는 한편, 두뇌 역할을 할 피지컬 AI에 구글의 제미나이 로보틱스를 채택하는 등 생태계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실상 대감집 간의 협력으로 이 같은 생태계 밸류체인에 합류하지 못한 기업들은 기술 역량 등에서 차이가 점점 벌어질 수밖에 없다. AI·로봇 선두 기업으로 산업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결국 AI와 로봇의 빠른 발전을 위한 지원만큼, 과도기적 시기 불평등 심화처럼 소외되는 부분을 위한 정책 마련도 병행돼야 한다. 단순 AI 산업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현재의 선언적 행보외에 실질적인 대책에 대한 고민과 대책 수립이 빠르게 뒤따라야 할 것이다.
배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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