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초호황기를 맞은 전력기기 업계가 올해도 수주 신기록을 세울지 관심이 쏠린다. 국내 업체들은 변압기, 차단기,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업체들이 수주·생산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데다 수요-공급 불균형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해도 호실적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HD현대일렉트릭 울산사업장 전경. (사진=HD현대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은 최근 미국 내 최대 송전망 운영 전력 회사와 986억원 규모의 765킬로볼트(kV) 초고압 변압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9월 미국 텍사스 최대 전력회사와 2778억원 규모의 765kV 초고압 변압기 및 리액터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은 수주다.
특히 이번 계약은 미국 내에서도 제한된 소수의 유틸리티 기업이 운영하는 초고압 ‘기간 (backbone)’ 송전망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례인 만큼, 향후 관련 프로젝트 추가 수주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에 HD현대일렉트릭은 올해 수주 목표를 전년 대비 10.5% 증가한 42억2200만달러(약 6조1573억원)로 제시했다.
효성중공업 창원공장은 초고압변압기 누적 생산 ‘10조원’을 돌파했다. 단일 공장에서 초고압변압기와 차단기 생산액이 모두 10조원을 넘어선 것은 창원공장이 처음이다. 지난 1992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 6번째로 765kV 초고압변압기를 독자 개발한 효성중공업은 2010년대 초부터 미국 시장에서 765kV 변압기 점유율 1위를 차지해 왔다. 이 같은 글로벌 수요 확대에 힘입어 2023년 이후 3년간 초고압변압기에서만 연간 수주 1조원을 넘기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지난해 일본 ESS 시장에서 612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하며 국내 기업 가운데 최대 수주를 기록했다. 지난 2017년부터 일본 ESS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한 LS일렉트릭은 △설계·조달·시공(EPC) 사업 △전력변환장치(PCS) 등 단품 공급 △신재생발전소 투자 사업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존재감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문형 산업인 전력기기의 특성상 수요-공급 불균형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변압기와 차단기 등 전력기기 제품들은 프로젝트 수주부터 성능 시험과 인증 절차까지 평균 1~3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이 수요가 높은 상황에서 단기간에 생산량을 늘리기 어려운 구조는 호실적으로 이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변압기와 차단기 모두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병목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신규 수주에 나서는 한편 이미 수주한 물량도 적기에 공급해 매출과 신뢰도를 모두 잡겠다”고 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