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에 집을 내놓았습니다. 주차 불가능, 대출 불가, 반려동물 불가 같은 핵심 조건을 보기 좋게 정리해 올렸고, 사진부터 관리비·보증금까지 누락 없이 정보를 채워 넣었습니다. 설명을 꼼꼼히 적어둔 만큼 불필요한 질문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알림창이 울리는 순간, 공들여 적은 설명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바로 알게 됐습니다.
읽기만 하면 되는 정보는 외면당한 채, 질문만 미친 듯이 쏟아졌습니다. "대출 되나요?", "주차 가능합니까?" 같은 문의가 줄줄이 도착했습니다. 모두 이미 첫 줄에 명시해둔 내용들입니다.
이 같은 장면은 온라인 플랫폼에서만 벌어지지 않습니다. 길거리 붕어빵 가판대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나타납니다. '3개 2천원, 6개 4천원, 8개 5천원'이라고 큼지막하게 적혀 있음에도 "얼마예요?"라는 질문이 반복됩니다. 가격표는 분명히 붙어 있는데도 사람들의 시선은 그 위를 스치듯 지나갑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설명을 읽지 않은 채 먼저 묻는 '설명 패싱족'을 어렵지 않게 마주치게 됩니다.
악의가 있는 행동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손가락 한 번만 움직이면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굳이 질문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는 누군가의 반복 노동을 낳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인지적 구두쇠'라고 설명합니다. 인간의 뇌가 에너지를 아끼려는 방향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읽기·이해하기 같은 과정을 번거롭게 여기고 가장 쉬운 경로, 즉 질문하기로 이동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결국 읽는 데 10초 걸리는 일도 1초짜리 질문으로 대체되고, 그 1초의 편의는 누군가에게 10초의 반복 설명이라는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문제는 이런 패턴이 어느새 일상화됐다는 점입니다. 부동산 앱에서는 판매자가, 길거리에서는 사장님이, 각종 플랫폼에서는 정보 제공자가 같은 말을 수십 번 반복하며 지쳐갑니다. 설명은 존재하지만 읽히지 않고, 안내는 적혀 있지만 무시되는 풍경이 이어지는 셈입니다. 읽지 않는 문화는 결국 누군가의 시간과 인내를 조금씩 잠식하게 됩니다.
세상이 단번에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앞으로도 질문 버튼을 손쉽게 누를 것이고, 설명란은 오늘도 조용히 제자리를 지킬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경험을 통해 작은 결론 하나에 도달했습니다.
설명을 꼼꼼히 읽어주길 기대하기보다는, 다시 한번 알림창이 울릴 것을 먼저 각오하는 편이 덜 지친다는 걸요. 질문은 내일도 또 도착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