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유통 현장을 취재하다 보면, 요즘 가장 자주 마주치는 단어는 단연 ‘신규 출시’와 ‘리뉴얼’입니다. 신제품은 쉼 없이 등장하고, 그만큼 기존 제품 수명은 빠르게 짧아지고 있습니다. 한때는 계절마다 바뀌던 진열대가 이제는 단 한두 달 만에 얼굴을 바꿉니다.
얼마 전 뷰티 업계에 종사하는 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이러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제품이 매번 새롭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곧바로 외면받는다는 겁니다. 성분이나 기능이 크게 달라지지 않아도 제형을 바꾸고, 패키지를 손보며, 이름을 바꾸는 리뉴얼이 반복됩니다. 이제 리뉴얼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된 것 같습니다.
이런 흐름은 비단 뷰티 업계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식품, 패션, 생활용품 등 유통 전반에서 비슷한 장면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래가는 제품’보다 ‘끊임없이 바뀌는 제품’이 경쟁력을 갖는 구조가 된 건데요. 다만 이게 정말 소비자가 원한 변화였을까요, 아니면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지 모른다는 업계의 불안이 만든 속도였을까요.
가장 문제는 비용에 있습니다. 잦은 리뉴얼에는 연구·개발, 디자인, 마케팅, 재고 정리 비용이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비용은 기업의 부담만이 아니고, 결국 가격 인상이나 용량 축소, 할인 축소 등의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큽니다. 새로움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결국 소비자의 장바구니 부담으로 이어지는 구조인 셈입니다.
유통은 늘 변화하는 산업이었지만, 그게 무엇이든 변화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질수록 본질은 흐려지기 마련입니다. 무엇이 정말 필요한 변화인지, 무엇이 단순한 불안의 결과인지 구분하기조차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속도 경쟁이 계속되는 지금, 유통산업에 필요한 것은 더 빠른 리뉴얼이 아니라 조금 더 단단한 근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