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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에 대한 고찰
입력 : 2026-01-07 오후 3:29:59
요즘 들어 '건전한 경쟁'이라는 말이 과연 현실에 존재하는지 자꾸 되묻게 됩니다. 교과서 속 문장에서는 경쟁이 혁신을 낳고, 소비자 후생을 키운다고 말하지만, 현실의 경쟁은 종종 진흙탕에 더 가깝습니다. 최근 SK텔레콤과 KT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를 보고 있으면 더욱 그렇습니다.
 
한쪽에서는 해킹 사고를 계기로 신뢰와 책임을 말하고, 다른 쪽에서는 이를 마케팅 전면에 내세워 고객을 끌어옵니다. 그러다 보니 경쟁은 서비스 품질이나 기술 혁신이 아니라, 상대의 상처를 얼마나 크게 부각시키느냐의 싸움으로 변질됩니다. 그 과정에서 소비자는 보호받는 주체라기보다 이동 가능한 숫자로 취급됩니다.
 
서울 시내 KT 대리점. (사진=뉴시스)
 
더 씁쓸한 장면은 경쟁의 당사자가 결국 규제기관의 문을 두드리는 순간입니다. 시장에서 풀어야 할 문제를 들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로 가서 "이 상황을 좀 봐달라"고 읍소하는 모습은, 경쟁이 이미 정상 궤도를 벗어났다는 신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서로를 견제하되 룰 안에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행위를 문제 삼아 외부의 개입을 기대하는 구조라면 과연 이것을 경쟁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건전한 경쟁이란 상대를 쓰러뜨리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증명하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네트워크를 더 안정적으로 만들고, 보안을 더 두텁게 하고, 요금을 더 합리적으로 설계하는 쪽으로 힘이 쓰여야 한다는 얘기죠. 하지만 현실에서는 단기 성과와 점유율이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됩니다. 
 
그래서 요즘 경쟁을 보면, 이기는 법만 있고 잘하는 법은 사라진 것처럼 느껴집니다. 건전한 경쟁이 정말 존재하는지 묻는 질문은, 어쩌면 이미 답을 알고 있는 질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묻는 이유는, 적어도 이 시장만큼은 다른 답을 보여주길 바라는 마음 때문일 것입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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