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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거래, 분명한 분화
입력 : 2026-01-06 오후 5:15:26
(사진=홍연 기자)
 
압구정 재건축 현장의 조용함은 단순한 거래 침체가 아닙니다. 100억원이 넘는 매물들이 거리 곳곳에 붙어 있지만, 시장은 여전히 작동 중입니다. 다만 그 문턱을 넘을 수 있는 사람만이 거래의 주체가 됐습니다. 10·15 대책 이후 대출이 막히면서, 부동산 시장은 사실상 현금 부자로 재편됐습니다. 이 변화의 최전선에 압구정과 한강벨트가 있습니다.
 
압구정에서는 이미 30~50대 현금 자산가들이 새 주인공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들은 대출 없이도 70억, 100억원대 주택을 매입하며 재건축 기대가 확실한 단지를 선점합니다. 반면 수십 년간 거주해온 고령층은 분담금 부담과 생활 여건을 이유로 매각을 고민하거나, 끝까지 버티며 가격 상승을 기다립니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은 더 이상 ‘사는 공간’이 아니라, 자본이 자본을 부르는 통로로 기능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압구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한강을 따라 형성된 초고가 주택 벨트는 이미 일반 소득 계층의 접근이 차단된 영역이 됐습니다. 정책은 투기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는 현금을 쥔 자산가들에게만 더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대출 규제는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그 충격을 감당할 수 있는 계층은 다릅니다.
 
이 과정에서 자산 격차는 더 빠르게 고착화됩니다. 압구정의 집 한 채는 부동산이 아니라, 세대를 건너뛰는 자산 증식 수단이 되죠. 일부는 증여를 통해 20대에 진입하고, 다수는 평생 임차 시장을 전전합니다. 이는 양극화를 넘어 ‘초양극화’를 보여주는 단면이죠.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계층 분리가 교육, 소비, 결혼, 출산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바꾸기 어려운 구조, 그리고 점점 더 벌어지는 격차. 부동산이 공동체의 기반이 아닌 자산 게임의 무대가 될 때, 사회는 서서히 균열됩니다. 압구정의 숫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회로 가고 있는지를 묻는 경고에 가깝습니다.
홍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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