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먼로주의'를 주창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독재자 니콜라스 마두로를 생포하며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신먼로주의는 과거 19세기 유럽 열강의 미국 대륙 개입을 차단하겠다는 방어적 선언이었으나, 트럼프식 신먼로주의는 외부 세력의 개입을 막겠다는 소극적 방어가 아닌 아메리카 대륙 전체를 미국이 지휘·관리·통제할 수 있다는 적극 권력 선언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노벨평화상'을 받고 싶다던 트럼프는 역설적으로 '야만의 정치'를 보여주는 셈이다.
4일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열린 마두로 대통령 석방 촉구 집회.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행정부까지 '자국 우선주의'를 주창하며 '마가(MAGA: Make America Great Again)' 세력을 중심으로 지지를 받았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다수의 국가에 높은 관세를 부여하고, 해외 기업이 자국에 투자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 결과 우리 기업도 수조에 이르는 금액을 미국에 투입해 공장을 설립하고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일을 이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야욕은 그칠 줄 모르고, 세계 석유 매장량 1위의 베네수엘라를 공격하기에 이른다. 이를 위해 몇 달 동안 마두로 대통령은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해왔다. 미국 법에 따르면 '테러리스트'에 대한 공격은 국회 승인 절차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두로 대통령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한 이유는 그가 마약 범죄 카르텔의 정점에 있는 인물이며, 그로 인해 미국에 마약이 들어오기 때문이란 주장을 펼쳤다.
마두로 대통령이 독재자란 점을 강조하며, 미국이 대신 통치하겠다는 노골적인 내정간섭도 서슴지 않았다. 독재자란 이유로 생포한다면 장기집권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왜 생포하지 않는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실제 마두로 대통령이 좋은 사람으로 평가되진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 주장대로 마약 카르텔 정점에 있지 않다. 그의 부인의 조카가 과거 미국에서 마약 거래로 잡힌 경험이 있다는 것 외에 구체적으로 밝혀진 사실은 없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왜 마두로 대통령을 생포하며, 국제질서에 어긋나는 행위를 한 것일까.
이유는 다양하다. 가장 표면적인 것은 석유 문제다. 1918년 석유 채굴에 나선 베네수엘라에 당시 많은 미국 기업들이 들어갔으나, 베네수엘라가 국유화를 선언하며 미국 기업들이 쫓겨나다시피 베네수엘라를 빠져나왔다. 그러면서 미국 자본주의를 조롱하며 '기름이 없어 춥게 지내는 이들에게 석유를 나눠 주겠다'는 광고 등으로 미국의 약을 살살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 밖에도 눈엣가시 같은 쿠바와 관계에서도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화를 돋우는 역할을 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결국 미국은 석유와 안보 문제로 베네수엘라와 가까워질 수 없었다. 또 우리 언론에서 잘 보도되지 않는 문제 중 하나는 난민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를 떠난 탈주민과 난민은 700만명에 달한다. 전체 인구의 약 3분의 1에 이르는 수다. 이들은 정치 구호보다 "돌아갈 수 없는 나라"를 말하며 의사, 기술자 등이 국경을 넘었다. 결국 이들은 비공식 노동에 의존하며, 국제사회의 문제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트럼프 대통령식의 문제 해결은 혼란을 해결하는 것이 아닌 혼란을 명분 삼아 힘으로 재편하는 길로 보여, 국제사회를 더욱 어지럽게 만들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이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비판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평화'를 외쳤던 트럼프 대통령은 아이러니하게도 평화를 위해 규칙을 무시할 수 있는 힘의 논리를 합리화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결국 이 사태가 옳았는가 단순한 문제로 치환될 수 없다. 이번 사태가 묵인된다면 세계는 법이 아닌 힘이 지배하는 시대로 돌아갈 것이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