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진흙탕 싸움
입력 : 2026-01-05 오후 6:03:25
요즘 이동통신 시장을 보면 기술 경쟁보다 말싸움이 먼저 눈에 띕니다. 해킹 사고가 터지면 책임과 보상 논의가 잠깐 이어지다 어느새 번호이동 지원금 경쟁과 상대를 겨냥한 설전이 시장을 덮고 있습니다. 이동통신 3사의 진흙탕 싸움은 이제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습니다.
 
이번에도 비슷한 장면이 반복됐습니다. 한쪽에서 위약금 면제를 꺼내 들자 다른 쪽에서는 "우리는 더 안전하다", "상대는 문제를 숨겼다"는 식의 메시지가 쏟아졌습니다. 소비자 보호를 내세운 주장 같지만 실제로는 고객을 붙잡기 위한 마케팅 언어에 가깝습니다. 해킹의 원인과 구조적 취약성, 재발 방지를 위한 투자 계획 같은 본질적인 이야기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습니다. 
 
KT 위약금 면제 시행 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마케팅 모습. (사진=통신업계)
 
아이러니한 건 이통 3사가 모두 신뢰를 강조한다는 점입니다. 신뢰를 말하지만 정작 시장에 남는 것은 불안과 혼란입니다. 어느 회사가 더 안전한지 소비자가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은 부족한데 각 사의 말만 커질수록 혼란은 커집니다. 그 사이 번호이동 시장은 들썩이고, 단기 성과에 집중한 지원금 경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진흙탕 싸움은 결국 모두를 피로하게 만듭니다. 소비자는 통신사가 아니라 위기 상황을 소비하게 되고, 기업은 장기 전략 대신 단기 방어에 에너지를 쓰게되죠. 5G 고도화나 6G 준비, 보안 투자 같은 미래 이야기는 소음 속에 묻힙니다. 해킹 사고가 반복될수록 필요한 것은 상대를 끌어내리는 말이 아니라 스스로를 증명하는 데이터와 책임 있는 행동일 텐데 말입니다. 
 
시장은 기억합니다. 누가 더 크게 말했는지가 아니라 누가 더 오래 신뢰를 지켰는지를. 진흙탕에서 빠져나오는 길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싸움을 멈추고,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 지금 이통 3사에 가장 필요한 경쟁은 말이 아니라 태도일 수 있습니다.
이지은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