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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지자체장'이란 이력서
입력 : 2026-01-03 오전 6:00:00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시민이 됐습니다. 공무원 한 집에 한 사람씩. 위장 전입을 마다치 않고 몇 년을 노력해 따낸 성과입니다. 시 승격은 축제였습니다. 불꽃놀이에 여기저기 현수막도 걸렸습니다. 군청은 시청이, 리는 동이 됐습니다. 거기까지입니다.
 
바로 한 학년 위 선배들부터 농어촌특별전형을 적용받지 못하게 됐습니다. 입시 철마다 걸리던 '축 합격' 플래카드는 반 토막 났습니다. 세금도 늘었습니다. 건강보험료 혜택도 줄었습니다. 군수가 모두의 소원인 양 말했던 '시'가 가져온 건 그의 이력 한 줄 정도였습니다. 인프라는 그대로인 채 이름만 바뀌었으니까요.
 
최근 대전·충남 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광주·전남도 2일 시장과 도지사가 통합 선언문을 작성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직접 두 지역을 언급하며 통합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통합 지자체장을 6월 지방선거에 내는 게 목표라고 합니다. 정작 시민들의 목소리는 제대로 들리지 않습니다. 누구누구 밀어주기용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인구와 면적을 합쳤다고 큰 도시가 되는 게 아닙니다. 내실 없는 M&A(인수합병)는 우량 기업까지 부실에 빠뜨리는 승자의 저주를 부릅니다. 통합 지자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름만 바꿀 것이 아니라 지자체가 자립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시민들에게 매력적인 '인센티브'가 없다면 거대 도시는 허울 좋은 껍데기에 불과합니다.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것은 정치인들의 '공천용 승부수'입니다. 선거를 앞두고 급조된 통합론은 위험한 도박입니다. 번지르르한 선언문보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필요합니다. 행정 통합은 수백만 시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중차대한 결정입니다. 누군가의 이력서 한 줄을 위한 단순한 치적에 그쳐선 안 됩니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오른쪽)과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2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시도 통합 선언문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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