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했습니다. 국민 기대 수명은 83.7세로 늘었습니다. 고령 인구가 우리 사회의 주축이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미지=챗GPT)
수치는 분명히 바뀌었지만 문화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쉽게 간과되는 것이 글씨 크기 문제입니다. 스마트폰 화면 속 작은 글씨는 손가락으로 확대라도 할 수 있습니다. 설정 몇 번이면 글씨를 키울 수 있고 음성 안내 기능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벗어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도로 표지판, 지하철과 버스 노선도, 공공기관 안내문, 병원과 은행의 공문서, 약 봉투 설명서까지 여전히 작은 글씨가 기본값처럼 사용되고 있습니다.
식당 메뉴판도 예외는 아닙니다. 벽에 붙은 메뉴판, 계산대 위의 작은 안내문, QR코드 아래 적힌 설명 문구는 젊은 사람에게도 한 번 더 눈을 찡그리게 만듭니다. 하물며 노안이 시작된 고령자에게는 선택 자체가 부담이 되기 쉽습니다. 결국 읽기를 포기하거나 "아무거나 주세요"라는 말로 무마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생활 속 안전과 직결되는 영역에서도 작은 글씨 크기는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약품 복용 방법이나 주의 사항, 보험 약관, 계약서의 핵심 문구는 여전히 빽빽한 글씨로 채워져 있습니다.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읽는 것 자체를 포기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눈이 어두워지는 것은 질병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입니다. 하지만 사회는 여전히 잘 보이는 눈을 기준으로 설계돼 있습니다. 그 결과 고령자들은 점점 작은 글씨를 포기하게 되고 정보 접근에서 한 발씩 물러서게 됩니다. 이는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사회적 배려의 부족에서 비롯된 현상입니다.
초고령사회를 맞이한 우리는 거창한 제도 이전에 기본부터 살펴야 합니다. 글씨 크기를 조금 더 키우는 일은 비용이 크게 들지 않지만 체감 효과는 큰 것입니다. 읽을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고령자들의 일상은 훨씬 더 윤택해질 수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읽히는 사회가 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