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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승기’ 잡았나
입력 : 2026-01-02 오전 10:39:31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간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되고 있는 가운데, 고려아연이 ‘미국’이라는 거대한 파트너를 데려오면서 경영권 분쟁에 일단은 주도권을 잡은 모양새다.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영권 분쟁의 구도가 기존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이야기나 나온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사진=고려아연)
 
지난해 12월 고려아연은 미국 측과 함께 합작법인(JV)을 설립해 미 테네시주에 약 11조원 규모의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를 짓기로 결정했다. 미 국무부와 전쟁부(전 국방부), 상무부 등 현지 기업들뿐만 아니라 정부기관도 참여하는 방식이다.
 
이번 사업은 중국이 핵심광물 공급망의 80~90%를 장악한 상황에서, 최근 중국의 전략 광물 수출 통제까지 겹치면서 미 정부가 먼저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식은 영풍·MBK 연합 입장에서는 ‘청천벽력’이다. 미 정부가 JV 설립에 참여하면서 이번 사업은 단순한 해외 프로젝트가 아니게 됐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이제 민간기업을 넘어 미국의 경제·안보 자산 성격을 일부 띠게 된 것이다. 이는 소수 주주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경영권 분쟁에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미 정부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이번 제련소 프로젝트와 연계해 고려아연 지분 약 10%를 확보했다. 이에 오는 3월 주총에서 실질적인 영향력 행사가 가능할 전망이다. MBK가 중국 자본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라 미국이 어느 편에 설지는 뻔하다.
 
유상증자의 여파로 영풍·MBK 측의 지분 가치도 희석됐다. 경영권 분쟁의 본질이 주식 수 싸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유증은 고려아연 우호 지분을 늘리는 동시에 상대 진영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효과도 낳았다. 현재 시장에서는 영풍·MBK 측 의결권 지분이 약 42% 수준인 반면, 최윤범 회장 측과 우호 지분은 최대 45%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원의 판단 역시 고려아연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영풍 측이 제기한 유상증자 관련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논란도 일단락됐다.
 
이에 따라 오는 3월 열릴 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총 19명(직무정지 4인) 가운데 최윤범 회장 측 인사는 11명, 영풍·MBK 측은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는 6명이다. 이 중 고려아연 측 인사는 5명, 영풍 측 인사는 1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직무가 정지된 4명을 제외하면 현재 이사회 정원은 15명으로, 과반 확보를 위해서는 최소 8석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업계에서는 최 회장 측 9명, 영풍·MBK 측이 6명 구조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해왔다. 그러나 미 정부의 참여로 분쟁 구도가 달라지면서, 영풍 측이 이보다 더 낮은 의석 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오는 중이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주요 소송만 10건을 넘는 데다 유상증자를 둘러싼 법적 다툼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 분쟁의 최종 향방을 지금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현 국면에서 미 정부를 업은 고려아연이 우위를 점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과연 고려아연이 이 흐름을 타고 오는 3월 경영권 분쟁에서 변곡점을 마련할 수 있을까.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박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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