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2026년 유통업계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발견당하세요'가 떠오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최저가 앱 켜고 눈이 빠져라 검색창을 두드리던 우리였는데, 이제 그런 수고는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날려 보냈습니다. 제 스마트폰 속 AI 비서는 제가 배가 고픈지, 혹은 기분이 우울한지 저보다 먼저 눈치채고 "지금 딱 필요한 건 이거죠?" 하며 찰떡같은 제안을 던지거든요. 이제 유통은 단순히 물건 팔던 가게가 아니라, 제 삶의 스타일을 실시간으로 코칭해주는 개인 트레이너쯤 되는 겁니다.
이런 드라마틱한 변화의 선두에는 '제로 클릭(Zero-Click)' 쇼핑이 서 있습니다. 생성형 AI가 마치 제 껌딱지처럼 따라다니며 제 소비 패턴을 X-레이 찍듯 분석하는 거죠. 결제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오! 이거지!’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최적의 선택지를 내놓습니다. "오늘 저녁 비 온다는데 따뜻한 칼국수 어때요? 마침 냉장고에 대파가 떨어졌길래 30분 뒤 도착하게 주문해뒀어요". 이런 완벽한 알림이 이제 제 일상이 된 겁니다.
AI가 쇼핑의 효율성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렸다면, 우리의 지갑은 '짠테크'와 '플렉스' 사이를 오가는 기묘한 '압축 소비' 형태로 진화했습니다. 평소에는 편의점 1+1 행사 상품과 자체 브랜드(PB) 도시락으로 연명하며 한 푼이라도 아끼는 '짠돌이' 모드를 가동합니다.
반면 정말 가치를 두는 단 하나의 순간, 가령 제철 맞은 프리미엄 식재료를 맛보는 미식 여행이나 덕질을 위한 한정판 굿즈 앞에서는 수십만 원을 망설임 없이 긁어버리는 과감함을 선보이죠. 유통 기업들은 이제 어정쩡한 중간 가격대가 아닌 극강의 가성비와 눈이 번쩍 뜨일 만한 프리미엄 경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합니다.
온라인이 효율적으로 진화할수록, 오프라인 매장은 역설적으로 더 화려하고 감각적인 '체험형 리테일 2.0' 공간으로 더 빠르게 변신 중입니다. 백화점은 단순히 물건을 쌓아두고 파는 창고가 아닙니다. 찰떡같이 어울리는 옷을 추천해주는 스마트 피팅룸은 기본이고, 브랜드의 철학을 오감으로 느끼는 미디어 아트 전시, 심지어 도심 한복판에 숲을 통째로 옮겨놓은 듯한 휴식 공간이 매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결국 2026년의 유통은 기술과 인간이 하나되는 전환점일 겁니다. 기술은 우리를 귀찮게 하는 모든 일에서 해방시키고, 인간은 그 기술이 벌어다 준 '시간'과 '여유'로 더 밀도 높은 경험과 취향을 향유합니다. 여러분은 오늘 어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발견당할' 준비가 되셨나요.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