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민 탈퇴 러시'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특정 서비스가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섰을 때, 집단적으로 계정을 지우고 등을 돌리는 장면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죠. 불매운동만큼이나 빠르고, 무엇보다 조용하지만 분명한 의사 표현입니다. 한국 소비자 특유의 정서적 연대와 도덕적 판단이 디지털 서비스에서도 그대로 작동해온 셈입니다.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건물 앞에 걸린 쿠팡 규탄 현수막. (사진=뉴시스)
요즘 그 흐름이 다시 보이고 있습니다. 이른바 '탈팡'. 쿠팡을 둘러싼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논란과 국회 청문회 불출석, 산업재해 은폐 의혹까지 겹치며 이용자 피로감이 누적됐습니다. 서비스 품질 이전에 '이 기업을 계속 써도 되는가'라는 질문이 던져진 것입니다. 숫자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쿠팡의 주간 활성 이용자는 눈에 띄게 줄었고, 그 빈자리를 메운 쪽은 네이버였습니다.
흥미로운 건 네이버의 접근 방식입니다. 공격적인 광고나 감정적 메시지 대신, 멤버십·배송·AI 개인화라는 기본기를 차분히 쌓아왔습니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는 최근 몇 주간 쇼핑 앱 신규 설치 1위를 기록했고, 이용자 수 역시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컬리와 손잡은 새벽배송, 롯데마트·제타패스 제휴, 오늘·내일·일요 배송까지 확장된 N배송은 '편하면 남는다'는 단순한 진리를 증명합니다. 여기에 AI 기반 초개인화 쇼핑까지 더해집니다. 검색하고 비교하던 수고를 줄여주는 방향입니다. 소비자는 더 이상 충성하지 않습니다. 불편하면 떠나고, 불신하면 지웁니다. 대신 신뢰와 편의가 쌓이면 조용히 돌아옵니다.
탈팡은 쿠팡만의 위기만이 아닐 수 있습니다. 플랫폼 시대, 국민성은 여전히 살아 있고, 탈퇴 버튼은 가장 솔직한 여론조사입니다. 지금의 이동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플랫폼을 평가하는 기준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일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