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AI가 쏘아올린 메모리 업계의 구조 전환
입력 : 2025-12-26 오후 4:02:06
인공지능(AI) 시대 도래로 구조적인 초호황기(슈퍼사이클)을 맞은 메모리 업계는, 생산능력(캐파) 확충에 신중한 모습이다. 신규 공장(팹) 준공, 기존 공정 전환을 통해 캐파를 늘리고 있지만, 업계 수요에 비하면 증설량이 부족한 실정이다. 메모리 업계의 이 같은 ‘속도 조절’은 과거 슈퍼사이클과 달리 공급자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한 전략이다. 특히 ‘고객 맞춤형 제품’ 생산에 역량을 집중하며 새로운 비즈니스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7회 반도체대전 2025(SEDEX 2025)’ 삼성전자 부스에서 HBM3E와 HBM4 실물이 전시돼 있다. (사진=이명신 기자).
 
이전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2018년에 찾아왔다. 당시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IT 기기 수요 증가와 함께 글로벌 기업들의 클라우드 전환 본격화로, 메모리 수요가 급등했다. 공급 여력이 부족하다 보니 가격이 폭등했고, 삼성전자 등 메모리 업체들은 공격적인 캐파 증설에 나섰다.
 
하지만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가동하기까지는 적어도 2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된다. 수요와 공급에 시차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기업들이 클라우드를 조성하고 나면 유지보수 단계에 돌입해 추가 수요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에 공급 과잉으로 2019년 4분기 이후 D램 가격이 급락해 메모리 업계는 감산에 들어갔다. 기존의 호황기는 ‘수요 증가→공격적인 설비투자→공급 과잉→가격 급락’이라는 구조를 반복했다.
 
다만 이번 슈퍼사이클은 과거의 슈퍼사이클과 구조적인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과거 범용 메모리 재고를 쌓아두고 시황에 따라 판매가를 조절해 수익을 창출했다면, AI 시대의 반도체는 고객사의 로드맵과 요구 사항에 따라 맞춤형 제품을 제공하는 형태로 변화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의 요구에 맞춰 고대역폭메모리(HBM)을 공급하는 게 대표적이다. 공급사와 고객사가 ‘파트너’로서 협업하는 형태의 비즈니스가 된 것이다.
 
메모리 업계가 ‘맞춤형 제품’에 역량을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SK AI 서밋 2025’에서 “AI 시장의 개발 방향이 범용성에서 추론 효율성, 최적화로 확장되고 있어 HBM 역시 표준 제품에서 고객 맞춤형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맞춤형 제품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AI가 쏘아 올린 메모리 슈퍼사이클은 단순한 수요 공급의 비대칭이 아닌, 산업 구조 전환의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단순 칩 생산능력보다 고객사의 수요에 맞춘 맞춤형 개발 역량이 더 중요해진 것이다. 국내 메모리 업체들이 이번 기회를 살려 고객사와 함께 제품을 설계해 가는 종합 솔루션 업체로 성장하길 바란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명신 기자
SNS 계정 : 메일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