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오늘, 부모님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크리스마스 케이크로 성심당 딸기 시루를 사 오려고 했지만 "줄이 너무 길어 엄두가 안 난다"는 말이었습니다. 가족과 함께 나눌 케이크를 고르는 일은 이렇게 자연스럽게 계획에서 빠졌습니다. 크리스마스의 설렘보다 먼저 계산해야 할 것이 줄 서는 시간과 체력이었기 때문입니다.
대전의 성심당 앞 풍경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한정 케이크 판매가 시작되자 새벽부터 사람들이 몰렸고, 오픈 시간에 맞춰 달려가는 '오픈런'이 일상이 됐습니다.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과장이 아니고, 결국 많은 이들이 발길을 돌립니다.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원래 특별한 날을 준비하는 소소한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러나 한정 수량과 짧은 판매 기간이 맞물리면서, 케이크는 '먼저 도착한 사람만 가질 수 있는 물건'이 됐습니다. 사고 싶다면 일찍 움직여야 하고, 기다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선택지는 둘 중 하나입니다. 포기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구하는 것입니다.
그 다른 방식이 바로 '되팔이'입니다.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등에는 케이크를 웃돈을 붙여 판매하겠다는 글이 잇따랐습니다. 기다림은 가격으로 환산되고, 줄을 설 수 없는 사람은 돈으로 시간을 삽니다. 오픈런이 되팔이를 낳고, 되팔이는 다시 오픈런을 부추기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케이크는 더 이상 먹는 음식이 아닙니다. 먼저 확보하면 거래할 수 있는 물건이 되고, 크리스마스는 그 거래가 가장 활발해지는 시기가 됩니다. 가족과 나눌 달콤한 디저트는 '희소한 연말 아이템'으로 바뀌고, 소비의 중심에는 설렘보다 경쟁이 자리 잡습니다.
성심당이 무단 구매 대행과 제3자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신선식품이라는 특성상 품질과 안전을 우려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다만 특정 매장의 대응을 넘어, 오픈런과 되팔이가 너무 자연스러운 소비 방식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점은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구조에서 소비자는 셋으로 나뉩니다. 시간을 들여 줄을 설 수 있는 사람, 웃돈을 내고 구입하는 사람, 그리고 아무 말 없이 포기하는 사람입니다. 부모님의 선택은 세 번째였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굳이 그 정도의 수고를 감수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는 원래 기다림보다 여유를, 경쟁보다 나눔을 상징하는 날입니다. 그러나 오픈런과 되팔이가 전제가 되는 소비 앞에서, 크리스마스마저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이벤트'가 되고 있습니다. 내일은 크리스마스입니다. 줄을 섰는지, 웃돈을 냈는지가 아니라, 함께 나눌 사람이 있는지가 더 중요한 날이어야 합니다.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두고 대전 중구 성심당 일대에 케이크를 사려는 고객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