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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금 모으기 운동’?
입력 : 2025-12-24 오전 11:04:43
최근 외환시장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원·달러 환율이 1480원을 상회하며 심리적 마지노선을 위협하고 있어서다. 외환당국의 구두개입 발언에 원·달러는 주춤하긴 했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은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이 23일 엔화 약세 지속 등의 영향으로 소폭 상승하며 연고점에 가까워진 23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한 은행 환전소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출입 전선에 비상등이 켜지자, 정부가 직접 ‘기업 달러’ 단속에 나섰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18일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 롯데그룹, 한화그룹, HD현대그룹 등 7개 기업 관계자를 긴급 소집해 환율 대응 간담회를 가졌다.
 
표면적인 이유는 ‘환율 안정’이지만, 이 자리에서 나온 핵심 메시지는 명확했다. 기업들이 보유한 달러를 시장에 풀어 환율 변동성을 제어해달라는, 이른바 ‘애국적 매도’의 당부였다.
 
처음 해당 소식을 접했을 때는 실물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정부의 절박함을 이해했지만, 의아하기도 했다. 정부의 매도 요청이 기업에게는 ‘비 올 때 우산을 접으라’는 요구로 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업에 있어 달러는 단순한 외환이 아니라 불확실성의 시대를 견뎌낼 ‘생존의 방패’의 성격이 짙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해외 설비 투자를 위해 천문학적인 달러가 필요한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 변동에 대비해 달러를 확보하는 것은 기업의 마땅한 리스크 관리이기도 하다.
 
만약 정부의 요청에 따라 기업들이 달러를 시장에 풀기 시작하면 일시적 진정 효과는 나타날 수 있겠지만, 더 선행돼야 할 것은 환율을 안정화할 수 있는 정책적 신뢰가 아닐까. 효과도 불분명했던 IMF때의 ‘금 모으기 운동’을 또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백아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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