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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릭 약가' 만능론
입력 : 2025-12-23 오후 1:37:2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안으로 제약산업계가 뒤흔들리고 있습니다.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53.55%인 현행 제네릭 약가를 40%까지 낮추겠다는 내용 때문입니다. 내년 2월 심의 절차를 거쳐 개편안이 확정되면 제네릭 약가는 내년 7월을 기해 떨어질 예정입니다.
 
제네릭은 국내 제약사의 주요 수익원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2만1962개의 급여의약품 등재 품목 중 오리지널 의약품은 2474개로 전체의 11.3%에 불과했습니다. 제네릭이 전체 급여의약품의 90% 가까이 차지하는 셈입니다.
 
정부가 제약사의 매출 물줄기인 제네릭 약가를 인하하려는 의도는 신약 개발 독려와 무관치 않습니다. 특허 기간이 지난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일 성분으로 생동성시험을 거쳐 출시하는 제네릭 위주의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 신약 개발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기조가 반영된 겁니다.
 
산업계는 반발했습니다. 제네릭 약가 인하로 최대 3조6000억원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산업 전반에 악영향이 드리울 것이라는 주장까지 펼쳤습니다. 특히 제네릭 약가 인하가 연구개발 투자 위축을 불러와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 확장, 기술수출로 이어온 산업 성장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내비쳤습니다.
 
이런 볼멘소리는 전날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 긴급 기자회견에서 나왔습니다.
 
회견문을 낭독한 한 인사는 수차례 약가 인하에도 연구개발을 소홀히 하지 않은 덕에 국산신약 41개를 만들어내고 3233개 파이프라인을 보유해 세계 3위 반열에 올랐다고 자평했습니다. 올해에만 20조원 규모의 기술수출을 이뤄냈다는 것 역시 이 인사가 산업계 성과로 꼽은 것 중 하나입니다.
 
이 회견문의 핵심은 제네릭 약가 인하로 개별 기업들의 수익이 줄어들면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 동력이 상실된다는 겁니다.
 
일견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만, 실상을 파고들면 따져볼 문제가 많습니다. 우선 지난 1999년 실거래가 제도 도입으로 10여차례 약가가 인하돼 글로벌 경쟁지수가 역주행했다고 하지만, 해마다 국산신약의 품질은 좋아지고 있습니다. 일례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는 국내 개발 항암제 중에선 처음으로 미국에서도 허가를 받았습니다.
 
기술수출 규모도 짚어봐야 합니다. 올해 제약바이오산업이 이뤄낸 기술수출이 20조원에 달하는 것은 맞지만 이 중 제네릭 약가 인하의 영향을 받는 케미칼 기업이 책임진 금액은 4조원을 넘지 않습니다. 나머지 기술수출 금액은 바이오산업계에서 나왔습니다. 바이오산업은 제네릭과는 거의 무관한 분야입니다.
 
기자회견에선 제네릭 약가를 떨어뜨리면 원료의약품 자급화에도 문제가 생긴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작년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31.4%에 그쳤습니다. 제네릭 약가 인하로 원료의약품 자급화가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주장을 뒤집으면 일정 수준의 약가가 보장될 경우 수입 원료의약품 비중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어불성설입니다.
 
국가통계포털 자료를 보면 지난 10년간 수입산 원료의약품 비중이 늘어난 건 사실입니다. 중국산이 늘 1위였고, 품질이 떨어지지만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인도산이 2021년부터 일본을 제치고 2위를 차지했습니다. 현행 제네릭 약가는 2012년 확정돼 13년의 시간이 있었지만 원료의약품 수입 규모는 더 커졌습니다. 국내 기업들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제네릭 사업을 전개하면서 돈이 되지 않는 원료의약품은 수입에 의존한 결과라고 보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이 밖에도 산업계에선 제네릭 약가가 인하되면 생겨날 부작용을 수없이 열거했습니다. 흡사 제네릭 약가를 올려주면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다는 만능 열쇠가 부여된다는 입장으로도 해석됩니다.
 
세계 무대에서도 통할 신약을 만들어냈으면서도 여전히 제네릭 일변도 사상을 버리지 못하는 산업계, 참 아이러니합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동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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