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책 읽기는 삶의 속도를 늦추고 흐릿했던 것에 '쨍~'한 색을 입히는 과정입니다. 나와 타인을 이해하게 만들며, 조금씩 생각을 정리해주고, 세상을 이해하는 관점을 또 하나 가지게 해주죠.
전 최근에는 글 맛이 좋은 소설을 주로 펴듭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또 다른 ‘나’들을 만나는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소설 속 인물들이 겪는 불안과 좌절, 그리고 희망은 곧 나의 느낌일 때가 많습니다. 때로는 제가 미처 언어로 정리하지 못한 감정을 대신 살아내주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독서는 그렇게 소설 속 주인공의 삶을 따라가며 결국 자신을 들여다보는 과정이 되더군요.
읽다 보면 모호했던 감정과 생각들이 단 한 문장으로 또렷하게 정의되는 순간도 마주하게 됩니다. 작가들이 수많은 고뇌를 통해 내놓은 문구들은 평소에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몰라 막연하게 남겨 뒀던, 빨강도 파랑도 아닌 상태의 감정을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습니다.
미처 보지 못했던 사회의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습니다. 인물은 허구의 존재이지만,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선택은 언제나 당대 사회의 단면을 비춥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간다고 같은 경험을 한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같은 2025년 12월을 살아가도 개개인의 사상, 종교, 재력…그리고 보이지 않는(어쩌면 보이는) 사회적 계층의 선은 우리가 경험하는 것들을 다르게 합니다.
우린 그저 저마다의 생각을 모아 어떠한 진실을 '가정'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사실 절대적 진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압니다. 그렇기에 나이가 들어가며 자신이 친 옹골찬 벽을 깨내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마리앙뚜아네트처럼 배고픈 민중을 향해 "빵 대신 쿠키를 먹으면 되지" 같은 발언을 하게 될 테니까요.
올해를 되돌아보며 떠오르는 문장하나, 또 내년에 나를 지탱해줄 문장 하나 같이 찾아보면 어떨까요.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