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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콜릭 경도
입력 : 2025-12-19 오후 1:57:32
연말 송년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도 고생했다"는 말과 함께 술잔이 오갑니다. 위로의 말이 오가지만, 그 자리에 담긴 감정은 늘 복합적입니다. 올해가 끝났다는 안도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피로가 뒤섞입니다. 그러다 문득 노동을 하려고 술을 마신 나날을 떠올렸습니다. 
 
"답답해서 마셨어. 답답해서."
 
드라마 경도를 기다리며 속 주인공 경도는 과거 알코올중독 치료를 받은 인물입니다. 그는 왜 그렇게 술을 마셨는지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경도의 직업이 기자이기 때문에 이 말이 더 와 닿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답답해서 마셨다는 이유가 특정 직업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겠지요. 답답해서 마시고, 이해가 되지 않아 마시고, 힘들어서 마시다가, 때로는 즐거워서 마신 술이 어느새 인생이 고달플 때 찾는 선택지가 되곤 했습니다. 
 
성과는 요구받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일 때,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때, 이러한 답답한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열심히 일했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구조에서 '답답함'은 노동의 감정으로 쌓여갔습니다. 불안정한 고용과 끝이 보이지 않는 경쟁 속에서 감정을 풀 출구로 술을 찾은 셈입니다.
 
통계도 이런 감정의 풍경과 멀지 않습니다.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가 발간한 2021년 정신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알코올 사용장애 1년 유병률은 20대(18~29세)가 4.5%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30대(30~39세) 역시 2.9%로 뒤를 이으며, 2030세대가 알코올사용장애와 가장 밀접한 연령층임을 보여줍니다. 
 
취업 상태와 소득 수준을 함께 보면, 정규직과 기준중위소득 이상 계층에서 유병률이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알코올 사용장애가 불안정 계층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일과 책임이 집중되는 2030의 삶 전반과 맞닿아 있음을 시사합니다. 
 
왜 노동과 술은 늘 함께 따라다니는 것처럼 느껴지는지 생각해봅니다. 올해 답답해서 마신 술이 몇 병이었을지도 떠올려봅니다. 사회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마시던 술이 어느 순간 삶을 버티는 방식이 되고, 그러다 개인적인 시간까지 스며든 것은 아니었는지 말입니다. 연말만큼은 한 해를 돌아보며, 그 답답함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조용히 짚어보고 싶습니다. 
 
지난 5월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에 진열된 맥주. (사진=연합뉴스)
 
김지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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