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폴더블폰 시장에 도전한다.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의 지평을 연 지 약 7년 만으로, 모바일 제조사 중에서도 상당히 늦은 행보라 볼 수 있겠다. 애플이 시장을 관망하던 7년간 삼성전자는 물론 화웨이나 샤오미 등 경쟁사 대부분이 한 차례 이상 폴더블폰을 출시했다. ‘접는’ 건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갤럭시 Z 트라이폴드. (사진=안정훈 기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정체되고 있다. 제품 성능은 이제 차별 요소라기보다 기본 요건이 됐고, 이에 따라 교체 주기는 길어졌다. 교체 수요가 줄어드는 사이 제조사는 늘어나면서 시장 경쟁은 오히려 치열해지고 있다.
‘교체할 때가 되니 당연히 산다’는 2~3년 주기 공식이 깨지면서 기업들은 고객의 소비심리를 자극할 차별점이 필요해졌다. 여기서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전략은 둘로 나뉘는데, 하나는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 강화, 다른 하나는 차별화된 고객 경험이다.
우선 전자의 전략을 취한 기업은 단연 애플이다. 아이폰을 중심으로 맥북, 아이패드 등 다양한 제품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애플 생태계’를 구축했고, 그 안에 들어온 고객들이 벗어나지 못하게 단단히 묶어두는 데 성공했다. 아이폰 소비자들은 어지간해서는 애플을 벗어나지 않는다.
반면 상대적으로 애플처럼 단단한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한 기업들은 후자의 전략을 택한다. 다른 브랜드에서는 겪을 수 없는 새로운 사용성을 제시하겠다는 구상이다. 중국 브랜드 아너가 ‘로봇팔’이 달린 이색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것도, 삼성전자가 초슬림폰 ‘갤럭시S25 엣지’와 두 번 접는 ‘트라이폴드’를 선보인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겠다.
결국 소비자들은 새로움을 원한다. 성능이 강화되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지금도 스마트폰의 모든 기능을 다 사용하는 소비자는 없다. 장기 고객일수록 성능 강화만이 아닌 신선함을 찾게 되고, ‘애플에 혁신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애플 역시 이러한 흐름을 의식하고 있다. 최근 유출된 내용에 따르면 이번에 출시가 예상되는 폴더블폰은 경쟁사들과 차별화된 디자인을 시도할 예정이다. 대다수 폴더블폰이 펼쳤을 때 정사각형에 가까운 것과 달리, 디스플레이 화면을 가로로 더 넓히겠다는 것이다. 모바일 게임, 동영상 시청 등 전화 외의 용도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소비자를 염두한 설계로 풀이된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계속해서 새로운 경험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애플이 시장의 요구에 폴더블폰을 들고 나왔다면, 삼성은 트라이폴드로 한껏 높아진 기대감을 충족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폴더블폰에서 경쟁사들보다 한참 앞서갔지만, 오히려 더 많은 ‘혁신’이 요구되는 아이러니다. 소비자가 싫증을 느낄 만큼 늦지도, 개발에 부담을 느낄 만큼 빠르지도 않은 ‘적절한’ 속도감이 요구되고 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