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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무감사의 굴레
입력 : 2025-12-18 오후 8:56:15
국민의힘의 시간이 다시 과거를 향해 역주행하고 있습니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게 내려진 '당원권 정지 2년' 권고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기엔 그 무게가 남다릅니다. 당무감사라는 형식을 빌렸을 뿐, 당 안팎에서는 사실상 특정 정파를 향한 정치적 경고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정당한 비판은 '선동'이 되었고, 합리적인 문제 제기는 '해당 행위'라는 굴레를 썼습니다.
 
지도부는 연일 '단일대오'를 외칩니다. 하지만 진정한 결속은 침묵 강요가 아닙니다. 내부의 목소리를 '내부의 적'으로 몰아세우는 순간, 정당은 민주주의의 핵심인 토론 기능을 스스로 마비시키게 됩니다. 정치는 본래 다양한 의견이 부딪치며 최선의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견제가 사라진 조직은 단단해지는 것이 아니라, 결국 딱딱하게 굳어 부러지기 마련입니다.
 
당원게시판을 둘러싼 갈등 역시 봉합은커녕 계파 싸움의 불씨로 번지는 모양새입니다. 이미 경찰 수사에서 무혐의 결론이 났음에도 당무감사가 강행됐고, 그 과정에서 가족의 실명이 노출되는 무리수까지 더해졌습니다. 공정함을 앞세웠으나 정작 그 과정에서 신뢰를 잃으며, 결과보다 과정이 더 큰 반발을 사는 자가당착에 빠졌습니다.
 
이제 당내에서는 "김종혁 다음은 한동훈이냐"는 질문이 공공연하게 들려옵니다. 이런 의문이 제기된다는 사실 자체가 현재 국민의힘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징계가 질서가 아닌 공포로 작동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국민의힘은 미래를 위한 쇄신 대신, 누군가를 쳐내는 '정리'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사진=뉴시스)
 
이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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