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가 도래했다”
지난달 27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4차 발사 성공을 두고,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같이 말했다. 이번 발사는 민간 참여 비중과 역할이 한층 확대됐다는 점에서, 국내에서 이른바 ‘뉴스페이스’, 즉 민간 주도의 우주 개발이 본격화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 누리호 4차 발사는 지난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주도 하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민간기업 약 300여곳이 참여해 이뤄졌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지난달 27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사진=뉴시스)
내년과 2027년에 각각 예정된 누리호 5·6차 발사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역할이 더욱 확대된다. 발사체 제작뿐 아니라 발사 지휘와 관제 등 핵심 영역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우주항공청은 이를 통해 누리호의 신뢰성을 끌어올리고, 민간으로의 기술이전 속도도 높인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 같은 성과가 곧바로 ‘뉴스페이스 시대의 개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술적 성과와 별개로, 한국 우주산업의 경쟁력은 여전히 국제 무대에서 ‘걸음마’ 수준이기 때문이다. ‘진짜 뉴스페이스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결국 상업적 경쟁력 확보라는 문턱을 넘어야 한다.
우주항공청에 따르면 주요 발사체의 페이로드(탑재 가능 무게)당 비용과 지구 저궤도(LEO) 투입 성능 기준에서 누리호는 최하위권에 속한다. 누리호는 탑재체 1㎏당 약 2만6485달러(약 3619만원)가 소요되며, LEO 투입 성능은 약 3300㎏ 수준이다. 최대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약 8740만달러(약 1194억원)가 필요하다.
반면 재사용이 가능한 스페이스X의 팰컨9은 1㎏당 소요 비용이 약 2857달러(약 390만원)에 불과하며, LEO 투입 성능은 1만7500㎏에 달한다. 같은 무게를 쏘아 올리는 데 드는 비용이 누리호의 약 11% 수준이다. 상업화가 되려면 턱도 없이 멀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상업적 경쟁력은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발사 빈도부터가 다르다. 미국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는 2024년 한 해에만 약 140회 발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은 누리호를 연 1회 발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민간기업과 한 국가의 발사 횟수 격차가 이 정도다. 이것이 현재 한국 우주산업이 마주한 현실이다.
아직 ‘뉴스페이스 시대’를 열었다고 하기엔 너무나도 부족하다. 민간기업으로 확대하고 있지만 우주산업에서 여전히 ‘키’는 항우연이 쥐고 있다. 결국 ‘진짜 뉴스페이스 시대’를 열기 위해서라면 정부 주도의 기술 실증 단계에서 벗어나, 민간이 위험을 감수하고 시장에서 경쟁하며 살아남는 구조로 넘어가야 한다. 진정한 민간 주도란 스페이스X처럼 기업이 독자적으로 설계부터 제작, 발사, 운용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것을 의미한다.
누리호 4차 발사는 분명 의미 있는 출발선이다. 그러나 출발선에 섰다고 해서 곧바로 레이스에 진입한 것은 아니다. 한국 우주산업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민간이 완전한 주도권을 쥐고 반복적으로 도전할 수 있도록 정부가 뒷받침하는 환경이다. 그때서야 비로소 ‘진짜 뉴스페이스 시대’가 열렸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