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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의 교묘한 인상 공식
입력 : 2025-12-17 오후 5:43:43
요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요금이 올랐다는 이야기를 하면, 플랫폼들은 고개를 젓습니다. "인상은 아니다"라는 거죠. 틀린 말은 아닙니다. 대신 다른 방식이 등장했습니다. 할인은 줄이고, 요금제는 정리하고, 규칙을 바꾸고 있습니다.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결과는 같습니다. 체감 요금이 오르기 때문입니다. 
 
최근 티빙은 연간 이용권 할인율을 27%에서 16.67%로 낮췄습니다. 정가가 오른 것은 아니지만, 연간 결제 기준으로 보면 베이직은 1만원 이상, 프리미엄은 2만원 넘게 부담이 늘어납니다. 신규 이용자만 해당된다는 설명이지만, 가입 시점이 늦었을 뿐인 이용자 입장에선 사실상 인상입니다. 야구 시즌을 통째로 보기 위해 연간 이용권을 끊던 이들에겐 더 그렇습니다. 
 
(이미지=챗GPT생성)
 
넷플릭스도 비슷한 인상 과정을 거쳤습니다. 2023년 12월 가장 저렴했던 베이식 요금제는 신규 가입이 막혔습니다. 광고 없는 요금제를 선택하려면 이제 최소 1만원대부터 시작이죠. 계정 공유도 더 이상 자유롭지 않습니다. 가족이나 지인과 나눠 보려면 추가 요금을 내야 합니다. 요금표는 그대로인데, 월 체감 비용은 슬그머니 올라갑니다.
 
이런 변화는 우연이 아닙니다. 콘텐츠 경쟁은 치열해지고, 제작비는 오르는데 수익성은 따라주지 않습니다. 정면 돌파식 요금 인상은 반발이 큽니다. 대신 선택한 방식이 정책 조정입니다. 
 
OTT는 여전히 '선택은 이용자의 몫'이라고 말합니다. 맞죠, 다만 그 선택지들이 해마다 조금씩 비싸지고 있을 뿐입니다. 버튼을 누르는 순간, 우리는 어느새 더 비싼 구독자가 되어 있습니다. 이게 요즘 OTT들이 쓰는, 가장 교묘한 인상 공식입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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