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를 말할 때 요즘 가장 자주 등장하는 풍경은 '무기고'입니다. 정부 창고에는 최신 총과 장비가 빠르게 쌓이고 있습니다. 그레픽처리장치(GPU) 확보, AI 컴퓨팅센터, 대규모 예산까지 말이죠.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다는 말이 틀린 건 아닙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AI 거품은 오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는 데이터와 인프라, 산업적 효용성이 동시에 요구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했습니다.
AI 로고. (사진=뉴스토마토)
하지만 전쟁은 총만으로 치러지지 않죠. 훈련장과 교범, 실전 경험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지금 한국의 AI 풍경은 총은 충분한데 훈련은 아직 진행 중인 군대에 가깝습니다. 장비는 최신인데, 누가 어떤 작전으로 쓰는지는 여전히 논의 중입니다. 산업 현장에서는 '그래서 이걸 어디에 쓰면 돈이 되느냐'는 질문이 반복됩니다.
통신사와 플랫폼 기업들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AI 투자 압박은 커졌지만, 현장에서 바로 작동하는 레퍼런스는 많지 않습니다. 총을 쏠 수는 있지만, 어디를 겨눠야 할지는 아직 안갯속입니다. AI 거품이 오지 않으려면, 무기고 확충만큼 훈련장 개방이 중요합니다. 이제 필요한 건 더 많은 총이 아니라, 실제로 발사해보고 명중과 실패를 함께 기록하는 시간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