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시작하며 "사죄의 마음을 표하겠다"며 큰절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어느덧 12·3 비상계엄으로부터 1년. 다시 2주가 지나 탄핵소추안 가결로부터 1년. 계엄 선포에서 탄핵소추안 가결까지 걸린 2주의 시간은 지난 1년보다 체감상 길었던 것 같습니다.
국가 중대사를 전 국민이 함께 지켜본 2주의 시간은 더 많은 사람의 시간을 소비하며 느리게 흘렀나 봅니다. 헌법재판소의 '전원일치' 파면 결정까지 걸렸던 시간까지 고려하면, 그 몇 주, 그 몇 달의 시간이 제가 겪어본 정치권의 시간 중 가장 길었던 순간입니다.
그런데 당시의 시간이 길게 느껴졌던 건 이유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에 '혹시나' 하는 불안감을 심어준 존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비상계엄 당일 계엄 해제 결의안 통과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포고령에는 국회와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고, 전공의와 관련한 '처단'이라는 표현까지 담기며 '반헌법' 그 자체가 드러났음에도, 그들은 정치적 계산기를 두들기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두들긴 계산기의 결과는 얼마 전에야 답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비상계엄이 1년 지난 '느린 답'이 아닙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이른 답'입니다. 누구보다 느렸던 그들이 이제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겁니다.
초·재선 의원 25명은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와 함께 재창당 수준의 당 혁신을 약속했고,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 도중 큰절을 했습니다. 여기에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이 사퇴했고, '원조 친윤(친윤석열)'으로 분류된 윤한홍 의원이 이른바 '배신'을 했습니다.
비상계엄 1년이 지나서야 도미노처럼 쏟아진 사과입니다. 침묵으로 일관하던 그들이 과거의 과오에 대해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마치 '악어의 눈물'이라는 아주 오래된 관용적 표현이 정확히 맞아떨어집니다.
지금의 태도는 지방선거를 위한 '회개의 가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언제 그 가면을 벗을지 알 수 없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누군가의 가면조차도 '내부 총질'이라고 비판하고 '뭉치지 않으면 선거를 이길 수 없다'며 비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당이나 신당의 창당을 꿈꾸지 않는 그들입니다. 이미 가진 기득권을 놓을 수 없으니까요. 여전히 그들의 손에는 계산기가 쥐어져 있습니다. 진정한 회개는 선거일을 달력에 새겨두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아픔에 언제나 공감하고 책임을 통감하는 자세에서 비롯됩니다. 사과라는 것 역시 시기와 진정성이 중요합니다.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이 악어의 눈물에 다시 속을 것이라는 착각은 접어두길 바랍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