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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가 멈춰도 삶은 계속된다
입력 : 2025-12-12 오후 3:21:52
체감상 연말마다 되풀이되는 듯한 전국철도노동조합의 총파업 소식이 다시 전해졌습니다. 10일 철도노조가 1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을 예고하자 시민들은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야 버스를 타거나 조금 일찍 나가면 된다고 하지만, 경기도나 인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파업은 하루 만에 유보됐습니다.
 
일부 언론은 '시민의 발'을 볼모로 잇속을 차리는 노조라며 비난하는 투의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찬찬히 뜯어보면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먼저 공공교통 사업장의 오래된 안전 문제입니다. 6개 철도·도시철도 운영기관 노조가 모인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궤도협의회)에 따르면 지금도 '상례작업'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상례작업은 열차가 운행 중인 선로에서 이뤄지는 작업입니다. 지난 8월 경북 청도에서는 시설물 점검 중이던 철도 노동자가 열차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습니다.
 
지속적인 인원 감축도 문제입니다. 서울시는 2023년부터 지하철 노동자 2212명을 감축하는 경영혁신계획을 밀어붙였고, 올해는 정원을 821명 줄이라고 요구했습니다. 또 서울교통공사의 자회사인 서해철도주식회사와 사내 독립 기업인 9호선 운영부문은 위탁운영 구조 때문에 증원에 필요한 예산을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도 없다고 합니다. 노조는 이런 상태에서는 시민과 노동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무임승차로 인한 적자 손실도 문제입니다. 지난해 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 등 6개 지역의 도시철도 운영기관이 노인·장애인·국가유공자에게 무임수송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발생한 손실액은 7228억원에 달합니다. 궤도협의회는 도시철도 운영기관이 관련 법에 따라 무임수송을 실시한 만큼, 정부가 손실액을 보전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논점을 관통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다고 느껴집니다. 갈수록 빡빡해지는 서울의 지하철, 그리고 그와 비례해 팍팍해지는 삶입니다. 지하철 노조의 파업 소식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시민들의 마음속에는 '회사에 늦으면 안 된다'는 압박과 '나도 쉬고 싶다'는 감정이 동시에 자리합니다. 결국 파업으로 인한 불편도 개인이 떠안아야 한다는 현실이 사람들을 더욱 날카롭게 만듭니다.
 
서울에 일터와 학교가 있지만, 치솟은 부동산 가격 때문에 인천이나 수도권 외곽에서 장시간 통근을 감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른바 '경기러'라는 말이 농담처럼 쓰이지만, 왕복 2시간은 기본이고 4~5시간을 이동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이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길에서 보내는 셈입니다.
 
여기에 인구구조 변화도 겹칩니다.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며 만65세 이상 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무임승차 제도를 언제까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한 상태입니다.
 
철도 파업은 멈췄습니다. 그러나 서울 집중화, 과밀한 출퇴근 구조, 팍팍한 노동환경, 그리고 철도공사의 재정 부담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예산과 인원을 감축하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연말마다 반복되는 철도 파업 논란은 단순한 노사 갈등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도시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가깝습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심야 교섭 끝에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잠정 합의를 도출하면서 파업을 유보한 11일 서울 중구 서울역 승강장이 출근하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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