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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종말론
입력 : 2025-12-11 오후 4:02:15
경기도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송정은 기자)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전세 없어요.”
 
요즘 부동산 중개사무소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입니다. 전세 매물은 귀하고, 나오면 금세 사라집니다. 전세난이 심해지면서 “전세는 이제 끝났다”는 ‘전세종말론’도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실제 지난달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넘겨 수요가 공급을 웃돌고,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44주 연속 오름세입니다. 송파구 등 일부 단지에선 전세가가 몇억 원 뛰었는데도 나오면 바로 계약됩니다. 2000가구 가까운 단지에 전세 매물이 단 세 건에 불과한 경우도 있습니다. 전세를 구하는 게 아니라 ‘경쟁해서 쟁취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원인은 복합적입니다. 고금리 시대에 집주인들은 월세를 선호하고, 대출 규제나 실거주 요건 강화도 전세 공급을 막습니다. 세입자들은 여전히 전세를 원하지만, 시장에 나오는 건 반전세나 월세뿐이죠.
 
서울 임대차 시장에선 이미 월세 비중이 65%를 넘었습니다. 전세는 더 이상 부유층의 임대 전략 우선순위가 아닙니다. 그리고 월세도 저소득층만의 주거 방식이 아닙니다. 누구나 선택할 수밖에 없는 ‘주류 임대 방식’이 되고 있습니다. 월세는 서울에서 임대차로 주택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당연한 방식이 됐습니다. 
 
그렇다고 전세가 당장 사라지진 않을 겁니다. 신혼부부나 사회 초년생에게 여전히 전세는 현실적인 선택지입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통해 보다 저렴한 보증금으로 오래 거주할 수 있는 장점도 있죠. 다만 ‘당연한 전세’는 점점 드문 일이 되고 있습니다. 이사를 가야 하는데 전세 매물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를 택하는 일이 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게 진짜 전세 종말론의 모습인지도 모릅니다.
 
결국 중요한 건 전세가 사라진 뒤를 준비하느냐입니다. 전세의 종말보다 더 우려스러운 건 그 빈자리를 대체할 제도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송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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