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음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건 달력도, 겨울바람도 아닙니다. 음악 플랫폼 차트 1위에 다시 등장한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입니다.
매년 이맘때면 어김없이 1위를 하는 이 곡은 일종의 크리스마스 시즌의 신호처럼 작동합니다. '그분이 오셨다'는 묘한 기대감과 함께 크리스마스가 다가왔음을, 그리고 해당 음악을 들으면 크리스마스가 주는 몽글몽글한 감정이 피어오르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불과 작년만 해도 같은 시간을 온전히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계엄 사태 이후 사회는 혼란했고 사람들의 일상은 얼어붙어 있었습니다. 연말 분위기나 크리스마스 같은 감정적 여유는 사회 전체가 제대로 누릴 수 없던 시기였습니다.
그로부터 1년. 사회는 서서히 안정을 되찾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통계나 지표보다 일상 속 작은 장면에서 먼저 감지됩니다.
광화문 거리가 다시 크리스마스 조명으로 물들고 올해는 사람들이 그 앞에서 사진을 찍고 웃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지난해에는 느껴지지 않던 따뜻한 기운이 도시 곳곳에 조금씩 돌아오고 있습니다.
머라이어 캐리의 노래가 다시 1위에 오른 것도 우연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흔들린 상처를 조금씩 회복하고 있고 잃어버렸던 '일상의 행복'을 다시 향해 걸어가고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집니다.
크리스마스는 결국 축제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입니다. 혼란을 지나 안정으로, 상처를 지나 회복으로 이동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다시금 겨울의 온기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