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현 현대차그룹 첨단차플랫폼(AVP) 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의 갑작스러운 사임은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4년여의 재임 기간 동안 1조5000억원이 넘는 투자가 이뤄졌지만 가시적 성과가 부족했다는 비판까지 등장했다.
송창현 전 현대차·기아 AVP본부장이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 '플레오스 25'에서 키노트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송 전 본부장은 네이버 CTO를 역임한 소프트웨어 전문가였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그를 영입한 것은 현대차그룹의 절박함을 보여준다. 하드웨어 중심의 전통 자동차 기업이 소프트웨어 중심 체질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새로운 DNA가 필요했다. 능력 중심 인사를 고집해온 정 회장이 직접 찾아가 스카우트했다는 사실 자체가 그 절실함을 증명한다.
문제는 현대차의 뿌리가 수십 년간 구축된 하드웨어 중심의 개발 체계에 있다는 점이다. 이 개발 체계를 단번에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송 전 본부장이 사임 메시지에서 “테크 스타트업과 레거시 산업 회사 사이에 수도 없이 충돌했다”고 토로한 것이 그 이유다.
그렇다면 현대차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의 의문이 생긴다. 정 회장은 최근 “자율주행 기술 격차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속도 경쟁에서 한발 물러나 내실을 다지겠다는 선언이다. 테슬라나 중국 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인정하되, 성급한 추격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기술 구축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러한 접근은 현대차의 보수적인 개발 철학과도 맥을 같이한다. 현대차는 지금까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때 충분한 검증을 거쳐 완성도 높은 상태로 시장에 내놓아왔다. 자율주행이라는 인명과 직결된 기술에서 이러한 신중함은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 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성장통이라고도 이야기한다. 송 전 본부장의 사임은 그 과정에서 발생한 하나의 사건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현대차가 이를 통해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다. 지금 현대차의 전략처럼 속도에 집착하다 안전을 놓치는 것보다, 조금 늦더라도 신뢰할 수 있는 기술을 완성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