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수교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최근 강남권을 중심으로 ‘로또 청약’이라는 말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수억 원의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분양 단지들이 연말을 앞두고 쏟아지면서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이러한 기회는 말 그대로 ‘현금 부자’들에게만 허락된 잔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표적인 예가 오는 12월15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청약 접수를 받는 ‘역삼 센트럴자이’입니다. 전용 84㎡ 분양가는 최고 28억1300만원에 이르며, 인근 단지의 실거래가와 비교했을 때 최대 10억원의 시세차익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이 때문에 ‘마지막 로또’라는 평가까지 뒤따릅니다. 하지만 분양가의 절반 이상을 현금으로 준비해야 하며, 중도금 대출 제한 등 각종 금융 규제로 인해 대출로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실제로 84㎡ 타입에 당첨되면 최소 5억원 이상의 계약금에, 수천만 원대의 취득세, 중도금 이자, 발코니 확장 비용까지 고려하면 초기 납입해야 하는 자금만 해도 7억~8억원에 육박합니다. 정부 정책에 따라 84㎡ 이상은 대출 가능 금액도 최대 2억원으로 제한돼 있어, 사실상 대부분을 ‘현금’으로 감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청약 자체가 고소득 자산가를 위한 제도처럼 바뀌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또 다른 분양 예정 단지인 서초동 ‘아크로 드 서초’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전용 59㎡ 분양가가 약 20억원으로 책정되었지만, 인근 신축 단지 시세는 이미 34억원을 넘고 있어 여기도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이 예상됩니다. 그러나 이 역시 소수의 자산가들에게만 허용된 기회일 뿐, 중산층 이하 실수요자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합니다.
실제 청약 경쟁률은 이를 방증합니다. 지난달 ‘잠실 르엘’은 110가구 모집에 무려 7만명 가까운 인원이 몰려 631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결국, 수많은 사람들이 ‘희망 고문’ 속에 청약에 뛰어들지만, 실제 기회를 잡는 이들은 극히 제한된 부유층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청약 제도가 실수요자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면, 일정 부분 소득이나 자산 기준을 둔 실효성 있는 제도 정비가 필요합니다. 현재의 로또 청약 구조는 시장의 희소성을 이용한 ‘현금 게임’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으며, 서민에게는 더는 기대할 수 없는 제도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