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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웅도 현지 누나도 '우리 편'이면 다 괜찮다더라
입력 : 2025-12-10 오전 11:09:46
정치권의 최근 움직임을 보고 있으면, 복잡한 국정 운영의 현장이 아니라 학생들이 편 가르는 교실을 떠올리게 됩니다.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잠시 잊히고, 가장 먼저 터져 나오는 말은 늘 같습니다. "그래도 우리 편이잖아." 나이를 먹으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지만, 요즘 정치의 풍경은 오히려 중학생 시절로 되돌아간 듯합니다.
 
조진웅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원래는 연예계에서 다뤄질 일이 정치권으로 번지더니, 누군가는 그를 두둔하고, 누군가는 과하게 몰아세우며 사건의 본질은 점점 희미해졌습니다. 마치 교실에서 친구 싸움이 나면 "우리 반 친구니까 무조건 지켜야지" 하며 줄줄이 편이 나뉘던 장면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쪽은 "과거는 이미 벌받았으니 감싸야 한다"고 하고, 다른 쪽은 "이 정도면 나라가 흔들린다"며 목소리를 높입니다. 문제는 그 어디에서도 피해자의 목소리가 중심에 서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의 발언은 오히려 더 또렷하게 들립니다. "가해자를 용서할 권리는 피해자에게 있다." 당연한 말인데도, 이런 말이 오히려 낯설게 들린다는 것 자체가 지금 정치권의 상태를 보여줍니다. 상식이 희귀해지고, 기본 원칙이 논란이 되는 사회라면 문제는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닌 정치권 전체의 감정 구조에 있다고 해야 합니다.
 
야권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조진웅 논란을 정치적 무기로 삼아 "조두순도 불쌍하다 하겠다"는 극단적 비유까지 등장했습니다. 사건의 크기를 키워 상대를 공격하려는 충동은 정치 양쪽 모두 똑같습니다. 교실에서 서로 언성을 높이며 학급회의가 격해지는 장면과 다를 바 없습니다. 어른들의 공간이라고 하기엔 감정은 너무 앞서고 판단은 지나치게 늦습니다.
 
이런 감정 정치의 패턴은 조진웅 사건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김현지 제1부속실장 논란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반복됐습니다. 텔레그램에 "현지 누나에게 추천할게요"라는 문장이 등장하자, 누가 보더라도 인사와 관련된 표현인데 일부에서는 "그건 추천이 아니라 그냥 표현일 뿐"이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교실에서 친구 부탁을 두고 "그건 부탁이 아니라 말이야"라고 우기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결국 김현지 실장을 감싸려다 김남국 전 비서관만 판단력 없는 사람으로 만드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감싸기의 방식은 달라도 결말은 늘 비슷합니다.
 
이쯤 되면 문제의 중심은 특정 인물들이 아닙니다. 정치권 전체가 교실식 편 가르기와 감싸기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본질입니다. 사실 확인보다 진영 논리가 먼저이고, 피해자보다 '내 편'의 체면이 우선이고, 책임보다 감정이 앞섭니다. 이런 문화가 반복되면 정치가 아니라 교실 회의가 됩니다. 차이가 있다면, 교실에는 선생님이 있지만 국회에는 그 역할을 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정치가 지금보다 단 한 발이라도 성숙해지려면,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은 '내 친구, 내 편' 논리입니다. 누가 우리 편인지 묻기 전에 무엇이 옳고 무엇이 피해를 남겼는지 질문하는 태도, 그 기본만 회복해도 정치가 교실보다 조금 더 어른스러워질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 사전 환담장에서 배우 조진웅에게 영화 <독립군: 끝나지 않은 전쟁>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국회의장실)
 
김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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