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눈치게임'이 펼쳐지고 있씁니다. 지난 3일 25명의 국민의힘 의원이 연판장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윤석열씨가 지난해 일으킨 비상계엄 사태에 사과의 뜻을 밝힌 것입니다. 정작 당의 얼굴인 장동혁 대표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윤씨의 비상계엄은 당내에서도 '두둔할 수 없는 일'이라는 공감대가 분명합니다. 그러나 공개적인 사과에 나서는 순간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된다는 두려움에 대다수 침묵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장 대표의 사과는 언감생심입니다.
장 대표가 이 같은 '마이웨이'를 고수하는 배경에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정치적 기반이 자리합니다. 재선이지만 보궐로 입성해 '1.5선'으로 불리고, 지역구 역시 당 주류인 대구·경북(TK)가 아닌 충청권입니다. 장 대표의 '믿을 구석'은 극우 성향 강성 지지층의 결집입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전직 한국사 강사이자 현직 극우 유튜버 전한길씨의 지지로 급부상한 이후, 장 대표는 더욱 이 지지층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영남·강남3구 중심의 당 주류 역시 총선 승리를 위해 강성층의 기반을 흔들기 어렵다는 계산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자기 정치를 지키기 위해 사과를 미루는 셈입니다.
문제는 당의 외연 확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집토끼를 잡은 뒤 산토끼를 잡는다는 전략 아래 전국 순회 집회를 시작했지만 성과는 미미합니다. 더 큰 부담은 윤씨와 관계를 정리하지 못한 채 지방선거에 돌입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대선 이후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대 박스권에 갇혔습니다. 대여 공세를 퍼붓는 이슈가 연이어 터졌음에도 중도층 지지율은 10% 중반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비상계엄 사태 이전과 비교하면 사실상 반 토막 난 셈입니다. 윤씨와 연결고리를 끊지 못하는 한, 어느 전략도 유권자에게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는 게 냉정한 현실입니다.
늦으면 늦을 수록 사과의 의미는 퇴색됩니다. '내'가 아닌 '당'을 살리려면 사과가 필요합니다. 책임을 회피하는 지도부 아래에선 외연 확장은 요원합니다. 이제 국민의힘이 눈치가 아닌 책임으로 답할 차례입니다.
4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