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참사를 끝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새로운 매뉴얼이나 보여주기식 대책이 아니다. 사고의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책임을 분명히 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조사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 유가족들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사고조사 공청회 연기 촉구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원인을 조사 중인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가 현 구조에서 이러한 역할을 온전히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사조위는 참사를 키웠다고 지목받는 ‘콘크리트 둔덕(로컬라이저 지지대)’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국토부 산하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국가 항공 안전을 관장하는 부처가 동시에 조사받는 위치에 있어 조사 공정성을 흔드는 모순이라는 지적이 많다. 사조위가 국토부에서 완전히 독립해야만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한 근본적 처방이 가능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사조위가 국토부 예산과 조직 체계 안에 있는 한, 조사 과정에서 국토부의 영향이 개입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이는 명확한 원인 규명과 책임 추궁을 가로막는다. 따라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상황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가장 먼저 사조위가 국토부로부터 독립돼야 한다. 그래야 책임 소재가 선명하게 드러나고, 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도 올바른 방향으로 추진될 수 있다.
다행히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항공철도사고조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의결됐다. 개정안은 사조위를 국토부 산하에서 국무총리 소속의 독립 조사 기구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사고 조사 체계를 뿌리부터 바꾸는 첫걸음이 시작된 셈이다.
다만 법 개정이 통과되더라도 실제로 독립성이 충분히 보장되려면 별도 예산 편성, 국토부 소속 공무원이 아닌 항공 전문 조사 인력 확보 등 후속 조치가 뒷받침돼야 한다. 단순한 ‘소속 변경’만으로는 구조적 문제가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외양간은 고치면 된다. 그러나 외양간을 제대로 고칠 수 있는 조사 체계가 먼저 바로 서지 않는다면, 같은 참사와 같은 비유는 또 반복될 수밖에 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 나라가 되려면, 보여주기식 공청회가 아니라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