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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과 헤어질 시간…'Good Goodbye'
입력 : 2025-12-04 오전 8:00:49
[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연말만 되면 사람들은 묘한 행동을 합니다. 1년 내내 연락 없던 사이에게 뜬금없이 "잘 지냈지?"라는 문자를 보내고, 평소엔 열지도 않던 서랍을 뒤적이며 괜히 '정리의 기운'을 피워 올립니다. 12월은 인간을 자동으로 '감정 재고 조사 모드'로 전환시키는 버튼 같은 존재입니다.
 
이맘때가 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누군가와, 무엇인가와, 혹은 지나간 해와도 조용한 이별을 준비합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요즘 '좋은 안녕'이라는 말이 자주 떠오릅니다. 관계든, 감정이든, 선택이든 '잘 보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수없이 깨달았던 한 해였기 때문입니다.
 
올해 청룡영화상에서는 배우 박정민과 화사가 함께 무대를 꾸몄는데, 두 사람이 보여준 절제된 감정과 애틋한 호흡이 꽤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 순간은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우리가 연말마다 떠올리는 '아름다운 작별'에 대한 한 장면처럼 느껴졌습니다. 현실에서는 그런 작별이 쉽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말입니다. 대부분은 원치 않는 이별 통지서처럼, 혹은 오해 가득한 문자처럼 어설프게 어긋나고 마니까요.
 
재미있는 사실은, 이 '작별의 감정'은 국경도 금방 넘습니다. 해외에서도 연말이 되면 유독 이별 노래가 강세를 보이고, 감정 정리 콘텐츠의 조회 수가 급증합니다. 사랑보다 이별이 더 보편적이라는 말은 과장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문화권이어도 '보내야 맞이할 수 있다'는 연말의 감정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025년은 유난히 빠르게 흘러간 해였습니다. 인공위성(AI), 금리, 정치, 산업 전환 같은 변화의 세찬 바람 속에서 사람들은 수시로 선택을 정리하고, 관계를 치우고, 마음을 다잡아야 했습니다. 그만큼 '잘 끝내는 일'의 중요성도 크게 실감한 해였습니다.
 
연말은 결국 '보내는 시간'입니다. 보내야 새해가 들어오고, 정리해야 다음 일의 자리가 생깁니다. 붙잡고 있던 것들을 내려놓는 일은 늘 어렵지만, 그래야 새로움이 들어올 공간이 마련됩니다. 그래서 이 계절에 우리는 본능적으로 정리하고, 인사하고, 때로는 조용히 작별을 준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2025년의 마지막 페이지를 보며 저는 조용히 되뇝니다.
 
"그래도 좋은 안녕이기를."
 
가수 화사가 지난 11월19일 KBS '제46회 청룡영화상'에서 배우 박정민과 축하 무대를 펼치고 있다. (사진=KBS '청룡영화상' 캡처)
 
김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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