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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보험 활성화 '머나먼 길'
입력 : 2025-12-02 오후 1:24:39
(사진=뉴시스)
 
"표준수가제 도입 되겠나요. 수의사들 힘이 얼마나 센데요."
 
펫보험 활성화 취재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입니다. 펫보험은 반려동물이 질병에 걸리거나 상해로 인해 동물병원 진료비가 발생했을 때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으로, 사람 보험으로 치면 실손보험과 유사한 보험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펫보험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동물병원 진료비 표준수가제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현재 동물병원 진료비는 지역과 병원마다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동일한 질환이나 시술이라도 병원에 따라 비용이 크게 달라 보험사는 평균 손해율을 산정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가 공개한 동물병원 진료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진 진찰료가 최저 1000원에서 최고 6만원까지 형성돼 병원 간 편차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진료 항목별 비용을 표준화해 병원 간 진료비 격차를 줄이는 표준수가제 도입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러나 실제 도입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수의사 단체의 반대가 계속되면서 20대와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잇따라 무산된 바 있기 때문입니다.
 
표준수가제가 도입되지 않을 경우 보험사는 보험료를 높게 산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는 영수증 기반 청구 방식으로 인해 보험사기 위험도 적지 않아 보험료에 리스크 헤지 비용까지 반영되고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험료가 부담돼 가입을 망설일 수밖에 없고, 가입률이 낮아지면 펫보험 시장 자체의 성장이 더딜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보험사들도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입니다. 표준수가제 논의는 농식품부와 수의사단체 간 합의가 전제되기 때문에 보험사는 제도 도입을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수의사들의 입장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진료비를 전적으로 자율에 맡기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분명합니다. 병원마다 진료비 편차가 지나치게 큰 데다 소비자들은 이유를 알기 어려운 가격 차이로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의사단체의 반발이 반려동물 시장의 성장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기존 수익 구조를 지키기 위한 것인지 의문입니다.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유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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