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6의 결과가 놀랍습니다. 최고혁신상 30개 중 거의 절반인 14개를 한국이 차지했고 그 중 10개가 스타트업의 몫이었습니다. 대기업이 이끌던 한국의 혁신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이자 우리 스타트업 생태계가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했음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이번 수상작들을 살펴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특징이 발견됩니다. 우선 기술의 스펙트럼이 넓어졌습니다. 긱스로프트(헤드폰&개인 오디오), 네이션에이(콘텐츠&엔터), 둠둠(환경 드론), 딥퓨전에이아이(레이더 기술) 등 분야를 가리지 않습니다. 특정 트렌드에 쏠리지 않고 다방면에서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는 뜻입니다.
또한 쓰임새에 집중했습니다. 단순히 신기한 기술을 넘어 둠둠처럼 환경 문제를 해결하거나 네이션에이처럼 시장의 수요를 타격했습니다. 기술 자랑이 아닌 시장에서 통할 제품을 내놓았다는 점이 인상적인데요. 가천대와 스타트업들의 협업 사례인 스토리싱크처럼 산학 협력이 실제 글로벌 성과로 이어진 점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하지만 냉정한 현실도 직시해야 합니다. 상을 받았다고 해서 기업의 생존이 보장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CES 이후 이를 실제 매출과 성장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많은 스타트업이 자금난을 겪습니다. 글로벌 인증을 받은 우리 기술이 자본의 벽에 부딪혀 사라지지 않도록 정책금융이 적극적인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합니다. 혁신은 기술에서 시작되지만 그 완성은 자본과 시장의 지지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CES 2026 혁신상 수상 내용. (이미지=CES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