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회의에서 네 번째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습니다. 한은은 부동산 시장 불안과 원·달러 환율 상승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인하 시기와 속도를 줄이기로 판단했다며 신중함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금융시장에서는 이를 사실상 인하 사이클 종료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신호가 곧바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으로 옮겨붙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주요 은행들이 주담대 금리 상단을 일제히 6%대로 끌어올리며, 약 2년 만에 다시 고점 구간에 진입했습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이달 12일 기준 3.63~6.43%로, 불과 몇 달 전보다 상단이 0.9%p 이상 높아졌습니다. 고정금리 또한 6%대를 넘어 상승 흐름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은행들은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금리 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기준금리는 그대로 둔 채 가산금리를 높이고 우대금리를 줄여 소비자가 체감하는 최종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는 셈입니다. 이는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 영향입니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총량을 줄이는 등 압박하자 은행권이 금리를 인위적으로 손대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기준금리 자체는 2.50%가 유지되고 있지만, 가산금리는 높이고 우대금리는 축소해 최종 금리를 유지하거나 높이면서 대출이자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시장금리가 오른 영향도 없지 않지만, 시장금리가 하락할 때도 주담대 금리는 역행해 오히려 상승하는 현상도 발현된 바 있습니다.
기자로서 이 지점을 볼 때마다 늘 같은 질문이 생깁니다. 왜 시장의 리스크와 규제의 비용은 항상 소비자의 몫으로만 남는가 하는 점입니다. 은행권 예대마진이 확대되는 와중에도 가장 약한 고리인 대출자가 모든 부담을 떠안는 구조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습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반응이 주를 이룹니다. 이번 금통위 의결문도 미묘한 변화를 담고 있습니다. 그동안 강조해온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 나가겠다"는 단정적 표현이 사라지고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되 상황을 보겠다"는 조건부 문구로 수정됐습니다. 인하의 시기를 논하던 태도에서 인하의 여부 자체를 다시 묻는 기조로 돌아선 것입니다.
기준금리 동결과 올라가는 대출금리 사이에서 소비자들만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있습니다. 6%대에 달하는 대출금리는 단순한 수치를 넘어 대출을 다시 고민하게 만드는 마지노선과도 같습니다. 특히 금리 인하를 전제로 무리하게 차입한 차주들에게는 빚의 무게가 돌연 무겁게 바뀌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대출 재조정, 갈아타기, 고정·변동 전환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음에도 그 어느 것 하나 쉽거나 가벼운 결정은 아닙니다.
결국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단순한 현상이 아닙니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라지고, 대출금리는 다시 상승 국면에 들어선 시점에서 이는 오히려 새로운 불안과 긴장을 예고하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은행권은 더 이상 규제 부담을 핑계로 한 선제적 금리 인상을 주장해서는 안됩니다. 가산금리 인상과 우대금리 축소 행태를 멈추고 소비자를 위해 더 투명한 금리 산정 체계를 보여줘야 합니다.
정부도 실수요자들을 위축시키고 소비자 부담을 늘리는 식의 대출 규제를 멈춰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피해를 보는 주체가 어디인지 파악하고, 적재적소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